“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관계와 같습니다.”
왜 지금 ‘사람중심 경영’이 필요하냐’고 묻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가 내놓은 대답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상생경영’의 이론적 기초작업을 맡았던 김 교수는 “지난 10여 년 간 더 꼬여가기만 했던 한국 경제의 묵은 과제를 풀어내려면 ‘상생경영 2.0’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현 정부가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처럼, ‘사람중심 경영’은 ‘상생’이 추구했던 대ㆍ중소기업 협력과 기업 내부의 불평등ㆍ불공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2015년부터 1년간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 자격으로 유엔과 세계 각국 전문가들을 접촉하면서 기업 경영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골프공 하나에 50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6만개의 개별 특허가 들어간다”며 “개별 특허들이 협력해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내듯 이제는 기업경영에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겸손한 기업이 성과를 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창업 초기에는 기업가의 열정과 이기심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지만, 기업을 더 키우고 유지하려면 직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회사에서 내가 낸 성과를 왜 나누냐는 거부감이 생기는 게 자연스럽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려면 기업가들의 마음이 사람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 혁명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원들의 자발적 헌신ㆍ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관료와 개별 공무원 역할도 중요하다. 일선 현장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가들을 설득하려면 ‘사람중심 경영’ 확산을 책임질 담당자부터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상생경영을 보급하던 당시에도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사람부터 새벽 5시에 사무실을 떠나는 열정적인 공무원까지 여러 부류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학 없는 행동은 흉기라는 말이 있다”며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일선 부처의 소극적 행태가 낳을 부작용을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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