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통해 노벨위원장에 예산 300만원 지원해 발송
朴정부 국정원 추명호 국장 이석수 특별감찰관 등 사찰
개혁위, 검찰 수사의뢰 권고
이명박 대통령 당시 국가정보원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취소하기 위해 실제 보수단체를 통해 수상 취소 청원 서한을 노벨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원세훈 당시 원장에게 취소 청원 계획을 사전에 보고했으며 실행과정에서 국정원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16일 추가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0년 3월 ‘자유주의 진보연합’을 조정하여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취소 요구서한을 노벨위원회 위원장에게 발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정원은 이어 모든 계획을 원세훈 당시 원장 등 국정원 지휘부에 친전 형태로 보고한 뒤 단체 대표 명의로 수상 취소 요구 서한을 만들어 실제 게이르 룬데스타트 노벨 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
국정원 개혁위는 그러면서 당시 자유주의 진보연합 대표 명의로 보낸 서한의 한글 및 영문 사본을 공개했다. 심리전단은 서한을 통해 이른바 ‘대북송금 사건’을 길게 설명한 뒤 “그(김대중씨)가 노벨상을 받은 계기는 2000년 6월에 성사됐던 남북 정상회담이었지만 이는 북한 독재자 김정일에게 천문학적인 뒷돈을 주고 이뤄낸 정치적 쇼였다는 것이 이미 드러난 사실”이라면서 DJ의 노벨상 수상을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심리전단은 이어 “노벨상과 맞바꾼 김대중의 대북 현금지원과 각종 굴종적 대북사업에 힘입어 북한이 핵무장 및 군비증강에 성공한 셈”이라고도 서한을 썼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심리전단은 서한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부당성을 주장하는 도널드 커크 전 인터내셜헤럴드트리뷴지 서울특파원의 ‘배반당한 한국’이라는 저서를 인용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심리전단은 이 과정에서 영문 서한을 발송하기 위한 번역비와 발송비 등 300만원을 국정원 예산으로 집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와 함께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도 사실로 확인하고 추 전 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또 추 전 국장이 이른바 ‘최순실 전담팀’을 운용하면서 국정농단의 단서가 되는 170건의 첩보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 등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의 정치공작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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