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2년 새 44% 증가, E형은 52% 늘어
A형 간염 환자가 최근 2년 새 44% 증가한 것을 비롯해 국내 AㆍBㆍCㆍE형 간염 환자가 모두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간염 진료 인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A형 간염 환자는 2014년(9.61명)보다 43.9% 늘어난 13.83명이었다. 같은 기간 B형은 11.7%(643.3→718.5명), C형은 14.5%(85.5→97.9명), E형은 52.3%(0.0815→0.1241명) 느는 등 모든 유형에서 간염 환자가 증가했다.
간염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 국내 간암 환자의 85%는 만성 BㆍC형 간염에 의해 발병한다. 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고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바이러스성 간염인 BㆍC형 간염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간경변ㆍ간암 등으로 악화하는 데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A형 간염, 예방접종이 필수
A형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일종인 A형 간염 바이러스(HAV)에 의해 생기는 간염이다. 전염이 아주 잘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으로 배설되므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 조개류 등을 먹어 감염된다. 밀집된 단체생활을 할 때 집단 발병되기도 한다. A형 간염 환자와 접촉한 가족이나 친지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되면 가벼운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가는데, 성인이 돼 걸리면 증상이 훨씬 심해진다는 게 특징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4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 피로감,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타나 감기 몸살이나 위염으로 많이 오인한다. 그 후 소변이 콜라 색깔처럼 진해지고, 눈 흰자위가 노랗게 황달이 된다.
A형 간염은 보통 몇 주 지나면 자연히 회복하지만 드물게 급성 간부전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간부전이 됐을 때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며, 만성 간질환이 있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중년 남성에게 특히 치명적”이라고 했다.
최근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으로 걸리는 A형 간염이 급증하는 이유는 '위생의 역설’때문이다. 어린 시절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돼 A형 간염을 가볍게 앓고 넘어가면 항체가 생기지만, 요즘 젊은이는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해 성인이 된 뒤 A형 간염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대한간학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형 간염 항체 보유율(2013년)은 25~29세(16.3%)가 가장 낮고, 15~19세(22.7%), 20~24세(18.4%), 30~34세(26%)도 낮은 편이었다. 반면 50대 이상은 90%가 넘는다.
A형 간염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 이용 후,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날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지하수나 약수는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죽는다.
A형 간염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접종이다. 예방백신을 한번 맞은 뒤 6~12개월 후 추가 접종하면 항체가 95% 이상 생긴다. 하지만 A형 간염 백신접종을 하기는커녕, A형 간염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을 막으려면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B형 간염, 90%가 만성화돼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 감염된 사람의 혈액ㆍ체액 등에 노출됐을 때 전염된다. 주로 B형 간염 산모가 신생 자녀에게 수직 감염시키며 90%가 만성 간염으로 악화한다. 성인 감염자의 10% 정도가 만성 간염이 되며,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25~40%는 간경화나 간암까지 악화한다.
B형 간염 환자는 완치가 어려워 평생 치료해야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증식할 때 간 세포질뿐만 아니라 핵 안까지 들어가는데, 핵 안의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 간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할 수 있어 평생 약을 먹으면서 관리해야 한다.
C형 간염, 인지율 낮아 조기 검진해야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혈액ㆍ체액 등에 노출돼 감염된다. 주로 혈액이나 주사기, 면도기, 칫솔, 손톱깎기 등으로 감염된다. 수혈로 감염되던 과거와 달리 문신이나 피어싱, 반영구 화장, 침시술, 정맥주사 등이 늘어나서다. 15~150일의 잠복기 후 나타나는데 초기 증상은 대부분 가볍다. 감기 몸살이나 피로감, 메스꺼움, 구역질, 식욕부진 등이다. 만성이 돼도 전혀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등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B형 간염보다 만성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다. 장은선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감염 뒤 자연 회복이 잘 안돼 만성 간염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85%나 되며 이 가운데 25~30%에서 간경변증(간경화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다행히 C형 간염은 12~24주간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70~90%가 100% 완치된다.
문제는 C형 간염은 증상이 없어 환자의 65% 이상이 병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B형 간염과 달리 현재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는 C형 간염이 포함돼 있지 않아 환자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간염 예방법> 간염>
-Aㆍ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한다. 동남아 여행할 계획이거나, 젊은이라면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는 게 안전하다.
-A형 간염 환자가 잠복기에 자신도 모르게 간염을 전파할 수 있어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익혀 먹고 병ㆍ캔에 들지 않은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신다.
-BㆍC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피어싱, 문신 등 소독 안 된 기구를 이용한 시술을 받지 않는다. 면도기, 손톱깎이 등을 함께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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