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 사람에 우선
1000억원 소셜벤처 펀드 신설
사회적 기업 물품 구입 의무화
효율성ㆍ지속성엔 우려 시각도
18일 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고용난과 양극화 해결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 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여느 자본주의와 달리 공적 가치나 사람을 우위에 두는 생산ㆍ소비 방식을 일컫는다. 보수정권 집권 중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각종 부작용과 폐해를 치유해 가겠다는 ‘문재인 식 해법’인 셈이다.
돈 대신 ‘사람’ 향하는 경제
정부는 우선 사회적 경제의 토양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걸맞은 금융인프라 환경부터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1,000억원 규모의 소셜벤처(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기업) 전용 투자 펀드가 신설되고, 신용보증기금 안에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전용 계정도 설치된다.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모태펀드(개별 기업이 아닌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상위 펀드)에 100억원, 사회투자펀드에 300억원이 출자된다.
이어 사회적 기업의 성장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 공모사업, 창업 종합지원 등을 통해 창업 초기부터 지원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 지원 강화를 통해 성장 단계에서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초ㆍ중ㆍ고교 학생 대상으로 사회적 경제 교육을 하고 대학에 관련 학위 과정을 열어 사회적 경제의 저변을 넓히는 사업도 편다.
정부도 사회적 기업의 물품ㆍ서비스를 우선 구매해 사회적 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기업 물품 구매를 의무화하고, 공기업 경영평가 시 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실적 등도 반영한다.
사회적 경제에 기대와 우려
사적 조직이면서도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대기업 중심 고용이 한계에 달하며 일자리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회사 형태의 일반 법인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고, 주주에게만 배당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조직에 참여한 전체 구성원이 이익을 공유하는 만큼 좀 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김석호 경남대 교수는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양극화 문제를 상당 부분 치유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도 대기업이 간과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있다”며 “기회를 찾지 못한 청년,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중년에게 틈새 시장을 열어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주요 대안으로 삼은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방안의 핵심이 정책자금 지원과 정부 구매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는 효율성과 존속 가능성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은 이미 2012년 제정됐지만 지금껏 가시적 효과가 없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5년간 사회적 기업에 인건비를 70%까지 지원하는 파격적 제도도 나왔지만, 정부 지원이 끊기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회사가 망하는 경우가 이어졌다”며 “이번 대책도 금융 확대가 골자인데, 경쟁력 없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도 국가적으론 낭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당분간 도우면 나중엔 스스로 정착할 것이란 안이한 인식도 문제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경제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이 사회적 경제 개념을 열정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공공부문 조달이나 발주를 좀 더 확대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의 작동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제품ㆍ서비스의 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중의 지지를 받아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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