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암 사망자 이용 비율은 17%
美 52%ㆍ英 46% 등에 크게 뒤져
국내 호스피스 기관 수도권 몰려
병상 부족함에도 가동률은 70%
박승호(62ㆍ가명)씨는 올해 초 소세포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에 박씨가 머무른 기간은 19일. 그는 슬하에 자녀 없이 평생 부인과 서로만 의지하고 살아온 터라 홀로 남을 부인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 덕에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노부부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추억을 반추하며 그간 서운하고 또 미안했던 일을 털어놨다. 박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부인은 평소 남편이 종종 선물하던 꽃다발을 이번엔 반대로 그에게 안겼다. 박씨의 부인은 의료진에게 “처음엔 눈 앞이 캄캄했는데, 점차 (죽음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고통스럽게 돌아가시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호스피스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주요 국가에 비해서는 상당히 떨어진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암 사망자(7만8,194명) 중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한 비율은 17.5%(1만 3,662명)로 2008년(7.3%ㆍ5,046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52.0%), 영국(46.6%), 캐나다(40.8%) 뿐 아니라 같은 아시아 국가인 대만(39/0%)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진다. 이 때문에 2015년 ‘세계 죽음의 질 지수’에서 한국은 80개국 중 18위를 기록했고, 완화의료 비율은 33위에 불과했다.
현재 국내 호스피스 병상은 1,321개(81개 기관)로 전체 말기 암 입원환자(1만3,622명)의 약 10% 정도만 차지한다. 선진국에 비해 호스피스 병상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에도 정작 병상 가동률은 약 70% 수준. 최영심 호스피스전문기관 권역협의체 대표는 “호스피스 기관들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이나 일부 지역에만 몰려 접근성이 떨어진다”면서 “당장 돈이 안 되고 가동률이 떨어져도 호스피스 병상을 지역 중심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를 비롯한 기존 보건의료 체계와의 연계 등 다각적인 서비스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종 장소로 자택이나 요양시설 등 병원이 아닌 장소의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의사ㆍ간호사) 양성과 완화의료 도우미(간병인) 등의 인력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윤선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은 “비(非)암성 질환으로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은 확대됐지만, 관련 전문 인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말기 암 대상 호스피스 전문가 양성에만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해묵은 숙제다. 호스피스는 1960년대 종교단체 등의 선교 차원에서 민간에 도입됐으나, 관련법은 2003년에야 만들어져 ‘보편적 복지’로 자리잡지 못했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장은 “환자나 보호자들은 호스피스 팀을 마치 저승사자 팀처럼 여긴다”면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권했는데도 환자가 ‘나는 치료를 더 받겠다’고 거부하다가 다음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호스피스가 좀 더 질 높은 죽음을 준비하는 적극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관련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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