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 등 3대 취약계층에 대해 소득심사를 기초로 소멸시효 완성 전 아예 빚을 탕감해주는 내용의 ‘은행권 공통 빚 탕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인이 불의의 사고로 직장을 잃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경우에도 혜택을 받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온 두 달간의 의견을 종합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공통 빚 탕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러한 내용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 이미 보고했고, 조만간 정부의 추가 의견을 반영해 연합회 모범규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은 모범규준을 토대로 각 사 사정에 맞게 내규를 바꾸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시중은행들의 취약계층 빚 탕감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장기(10년)·소액연체자의 빚 탕감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다만 은행들은 가이드라인에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의 고령자 등 3개 취약계층으로 제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칫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빚 탕감 대상을 취약층으로만 한정한 것”이라며 “수혜 대상이 기대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시효를 무분별하게 연장해온 관행을 개선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빚 탕감 금액은 추후 은행들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 보유 채권 탕감 때 기준으로 정한 소액연체금 1,000만원 수준에서 탕감 금액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빚 탕감은 10년 이상 장기연체자가 아니라 소멸시효를 앞둔 4~5년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더 파격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선 연체 후 5년 만에 빚을 탕감 받을 수도 있다. 그간 금융사들은 연체 후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돼도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시효를 연장해왔다.
연말부터 새희망홀씨 같은 은행권 저소득 전용상품을 이용했다 이를 갚지 못한 기초생활수급자도 은행 심사를 거쳐 빚을 탕감 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은 따로 신청하지 않더라도 자체 전산을 활용해 탕감 기준에 해당되면 알아서 빚을 탕감해주고 이를 통보해줄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층이라도 부양가족과 소득, 자산 등을 철저히 따져 수혜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우려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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