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문 열린 기회의 땅 <3ㆍ끝> 도전 그리고 비전
아세안은 많은 면에서 유럽연합(EU)과 비교되지만 만장일치를 기본으로 하는 ‘아세안 웨이(ASEAN Way)’라는 독특한, 느린 의사 결정 방식 탓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동아시아ㆍ아세안 경제연구소(ERIA)의 히데요시 니시무라(65) 소장은 “느린 걸음이지만, ‘통합’을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세안의 통합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그 성장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세안의 싱크 탱크인 ERIA의 니시무라 소장은 지난 2013년 5년 임기의 현직에 재선임, 10년째 ERIA를 이끌고 있는 아세안 전문가다.
-아세안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배경은.
“중국이 좋은 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5년 내 600만개의 규제 정비를 요구 받았다는데, 그 ‘숙제’를 모두 끝낸 2006년 중국의 GDP는 2배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장면을 지켜본 아세안 정상들이 당초 2020년까지 설립하기로 한 아세안 경제공동체(AEC)를 5년 앞당긴 지난 2015년 발족시켰다.”
-5년 동안 중국에 있었던 일이 지금 아세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당시 중국의 각 지방성들은 따로 움직이면서 한 나라 내 지방끼리도 ‘연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WTO의 감독 아래 중국은 각 성의 행정, 법 체계를 정비했다. 상품 및 서비스 자유화를 확보했고, 연계성 개선 등을 통해 그 같은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의 아세안이 연계성 구축 등 당시 중국의 노력 이상으로 힘쓰고 있는 만큼 향후 발전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아세안의 모습이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고 했는데.
“유럽의 경우 이미 수 세기 전부터 통합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데다 1957년 로마 조약 체결 이후 기독교 국가라는 유사성 아래 단일시장을 형성해 자본과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지만, 아세안은 이와 현저히 달랐다. 힌두, 이슬람, 불교, 기독교 등 종교도 상이하고 개발 격차도 컸으며, 각국 정권의 특징도 달랐고, 문화, 언어, 인종이 모두 달랐다. 이 엄청난 다양성을 가진 나라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룬 것 자체가 전례 없는 도전에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ERIA는 아세안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경제공동체 조기 설립 계획에 따라 2008년 설립됐다. 120여명의 소속 연구원들이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과 같은 세계 각국의 기관과 협업으로 매년 5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산업부) 및 기업들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예산은 1,800만달러(약230억원) 규모다. 아직 한국인 연구원이 한명도 없다. 한국도 ERIA를 통한 아세안 발전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자카르타ㆍ마닐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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