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2 중의원 총선’에서 일본 정치권내 리버럴계(진보진영)의 명맥을 잇기 위해 탄생한 입헌민주당이 제1야당 자리를 차지하며 야권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벌써부터 개헌담론을 띄우는 가운데, 입헌민주당을 축으로 반(反) 개헌세력이 뭉치자는 야권재편 움직임도 빠르게 시작되는 분위기다.
입헌민주당은 기존 제1야당인 민진당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지사측 희망의당에 통째로 합류키로 한 결정이 오판이었음을 선거결과로 입증시켰다. 이들이 창당 20일만에 총선전 의석 15석에서 3배 이상(55석)으로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그 주역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22일 밤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정치와는 다른 곳에 깃발을 세우고, 국민과 함께 걸어나갈 것을 호소해 지지를 얻었다”고 선거결과를 자평하며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헌법개정에 반대하고 아베 정권의 폭주에 맞서는 세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중분해 됐던 민진당의 재결집론을 띄우는 쪽은 일단 입헌민주당보다 무소속 당선자들이다. 민진당 인사들은 선거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희망의당 집단합류 결정을 내리면서, 희망의당 합류파, 리버럴계가 창당한 입헌민주당, 무소속 출마로 찢어져 이번 선거를 다급하게 치렀다. 희망의당 합류파는 “안보법을 반대했던 민진당 출신이 그에 찬성하는 희망의당쪽에 서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느냐”며 기존 지지층으로부터 ‘변절자’로 낙인 찍혀 줄줄이 낙마했다.
반면 무소속파는 21명의 출마자 중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전 민진당 대표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등 19명이나 살아 돌아왔다. 그중 오카다 전 대표는 유세과정부터 “선거후 다시 야당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야권 재개편론을 미리부터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민진당을 희망의당에 ‘바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는 책임론에 몰리며 난감한 처지가 됐다. 그는 23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참의원과 지방조직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결정한 뒤 책임질 것”이라며 “사퇴는 당연하다”고 대표직 사임의사를 밝혔다. 한편에선 입헌민주당 인사들에게 민진당으로 되돌아와달라는 요구도 있다. 그러나 이미 야권 재결합의 주도권을 쥔 입헌민주당 측은 민진당 복귀 가능성을 부정하며 당세확장을 노리고 있다. “선거직후 다시 민진당에 돌아가면 선거 표심의 이해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일각에선 희망의당쪽에 선 인사들을 ‘배신자’로 지목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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