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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년새 10% 급증…열집 중 한집 부실위험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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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년새 10% 급증…열집 중 한집 부실위험가구

입력
2017.10.24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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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60% 넘는 대출 36%

부채의 질도 점차 악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40대 학원 강사인 이모씨는 2년 전 서울 근교의 3억원대 다가구 주택을 사면서 2억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매달 원리금으로 2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직업 특성상 수입이 불규칙해 자금이 부족할 때는 카드론과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 이씨는 “빚을 갚는 데 한계를 느껴 집을 팔려고 내 놨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며 “앞으로도 8년간 빚을 갚아야 하는데 금리는 더 오른다고 하고 부동산 규제는 강화된다고 하니 밤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5년 전 경기 위례신도시에 있는 전용 85㎡ 아파트를 분양 받는 데 성공했다. 분양가(5억원)의 60%인 3억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매달 150만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하지만 당시만 해도 맞벌이였고 변동 금리도 저금리 덕분에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져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말 둘째를 낳은 아내가 직장을 그만둬 외벌이가 되면서 살림살이는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김씨는 “여전히 2억3,000만원의 빚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줄일 수 없는 생활비(180만원)를 제외하면 월 여유 자금은 거의 없다”며 “빚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고 한탄했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갈 곳 잃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데다, 살림이 팍팍해진 서민들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 기관의 문턱을 자주 넘어선 결과다. 한국은행이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가계부채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었다. 이는 2012~2014년 평균 증가율(5.8%)을 훌쩍 뛰어 넘는 규모다. 정부가 내놓을 ‘10ㆍ24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이런 두 자릿수 증가율을 한 자리로 끌어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우선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것이 숙제”라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기 도입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양적으로 팽창하는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지만,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날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가계금융ㆍ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부실위험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 126만3,000가구(전체 부채 가구의 11.6%)로, 1년 전(109만7,000가구)보다 15.1% 증가했다. 부실위험가구는 한국은행이 가구의 소득과 금융, 실물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수(HDRI)화 했을 때 100을 초과한 가구를 가리킨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도 186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8%(29조6,000억원)나 늘었다.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초과한 대출은 145조3,000억원(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달했다. 전체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35.9%나 됐다. 가계부채의 취약고리로 꼽히는 ‘다중채무자’(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 받은 사람)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6월 말 다중채무자는 388만1,000명(대출액 449조6,000억원)으로 불과 1년 새 21만4,000명이 늘었다.

이러한 취약계층이 가계대출의 뇌관을 건드리는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저소득층 빚 탕감 등도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막아 투기를 막는 한편 취약층의 붕괴도 사전에 막는 ‘투 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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