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라 불리는 PC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역할수행) 게임. 한 때는 전세계 게임 시장을 평정한 장르지만, 지금은 다중사용자온라인배틀(MOBA)나 1인칭슈팅게임(FPS) 같이 쉽고 가벼운 게임에 왕좌를 내준지 오래다. 이런 시장에서 여전히 수많은 사용자를 안고 있는 작품이 국내에 곧 확장팩을 출시한다.
'홍련의 해방자'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 <파이널판타지14>가 그 주인공이다. <파이널판타지14>는 21일 한국 최초의 팬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이어 글로벌 서버에서 호평 받은 '홍련의 해방자' 확장팩도 국내 출시를 예정하는 등 모처럼 대규모 공세를 준비 중이다.
과연 <파이널판타지14>는 PC MMORPG에겐 험난하기만 한 이 시기를 어떻게 해처나갈 계획일까? <파이널판타지14>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일본 스퀘어에닉스사의 요시나 나오키 PD의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모바일 시대 PC MMORPG의 생존법? 타임 투 윈을 빼라
'홍련의 해방자' 업데이트가 슬슬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이널판타지14> 유저들에게, 혹은 새로운 유저들에게 이번 확장팩의 매력을 각각 얘기해 주자면?
요시다 나오키: 가장 큰 매력은 규모가 아닐까? 사실 PC MMORPG는 현재 세계적으로 위세가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했고, 같은 개발팀이 추가로 패치도 하고 새로운 확장팩도 개발했다. 이번 확장팩은 이렇게 사이사이 개발한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우리가 매번 확장팩을 홍보할 때 '신작 RPG' 하나의 규모라고 얘기한다. 이번 작품도 똑같다. 주된 모험 하나를 깨는데도 '최소' 52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예를 들어 플레이 중 채집이나 제작 같은 생활형 콘텐츠를 즐기거나, 다른 직업을 육성하면 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웃음)
2번째 매력은 시나리오다. <파이널판타지14>가 확장팩을 선보인 것이 이번이 2번째다. TV 드라마로 따지면 3시즌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쌓인 이야기, 그리고 이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새 이야기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신규 유저는 3개 시즌을 한꺼번에 쫓아가기 힘드니 경험치 보상 등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유저도 <파이널판타지14>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마지막으로 적마도사와 사무라이라는 신규 직업 2개가 추가된다. 적마도사와 사무라이는 확장팩이 이미 적용된 글로벌 서버에서도 유저들에게 호평 받은 잡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적마도사와 사무라이는 딜러 계열이다. 이번 확장팩에 탱커·힐러 클래스가 추가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파이널판타지14>는 다른 MMORPG와 달리 캐릭터의 직업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아머리'라는 시스템이 있다. 우리 게임에선 캐릭터를 하나만 만들어도 모든 직업을 플레이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 때,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확장팩 개발을 시작했을 때, 탱커나 힐러 계열은 이미 그 안에 각기 다른 느낌의 3개 직업이 존재한다. 반대로 딜러 계열에선 근접 딜러와 마법 딜러 모두 각각 2개 직업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홍련의 해방자' 확장팩에선 이 두 계열에 부족한 규모를 늘리는 것이 유저들에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것이 탱커·힐러 계열을 놔둔다는 의미는 아니다. 3.X 버전을 운영하며 탱커·힐러 계열은 꾸준히 밸런스를 조정했다. 이번 확장팩이 적용되는 4.X 버전에서는 탱커·힐러 계열의 균형을 더더욱 가다듬어 유저들에게 보다 완벽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PC MMORPG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전세계에 PC MMORPG를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만약 있다면 이번 확장팩엔 어떤 노력이 담겨 있나?
이번 확장팩에서 그런 노력을 했다기 보단, <파이널판타지14>의 전체적인 디자인 아래 노력했다. 간단히 말하면 '타임 투 윈'(time to winㆍ승리를 위해 시간을 들이는 작업) 요소를 되도록 넣지 않는 것이다. 물론 많은 시간을 들여 구하기 힘든 장비를 맞추는 등의 행위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즐길 게임도 많고, 게임 외에도 즐길 콘텐츠가 굉장히 많은 시대다. 이젠 유저들이 게임에 쓰는 돈 뿐만 아니라,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까지 귀한 시대가 됐다.
그래서 <파이널판타지14>의 콘텐츠를 만들 때는 ▲ 매일 하지 않아도 ▲ 1주일에 2~3일만 해도, 혹은 ▲ 하루에 2~3시간만 플레이해도 최신 콘텐츠를 따라갈 수 있게끔 구성한다. 나는 요즘 MMORPG에선 이런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14>처럼 서비스를 한 지 오래된 게임은 더더욱.
<파이널판타지14>는 글로벌 서버 기준으로 4년 정도 운영한 게임이다. 이렇게 서비스 기간이 오래될수록 신규 유저들이 쫓아가야 할 것이 많아진다. 생각해 봐라. 내 친구는 이미 저 멀리에서 최고 레벨을 달성했는데, 친구 권유로 시작한 나는 1레벨이라 쫓아가야 할 것이 한참인 상황을.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과거 콘텐츠를 다듬어 빠르고 부드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초보 유저도 어렵지 않게 <파이널판타지14>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최근 한국 넷플릭스에서 <파이널판타지14>를 소재로 한 드라마 '빛의 아버지'를 방영했다. 드라마를 보면 실제 게임과 달리 포옹 같은 다양한 상호작용 감정표현이 있던데, 혹시 게임에 추가할 계획 있는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상호작용 감정표현을 섣불리 넣었을 때, 이것이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상호작용 감정표현은 넣더라도 되도록 신중하게 넣고 싶다.
2번째는 <파이널판타지14>가 전세계에 서비스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개발팀은 콘텐츠 하나를 만들 때도 각국의 심의기관이나 국민적 감성에 저촉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포옹과 같은 구애의 표현은 나라마다 받아들이는 온도가 크게 차이 나는 콘텐츠다. <파이널판타지14> 같은 경우 종족 별 체력 차이도 커 상호작용 감정표현을 만들기 쉽지 않은데, 이런 위험까지 감수하기 위해선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드라마 <빛의 아버지>의 오프닝 영상]
# FF14 팬페스타 "동료 사용자들이 만드는 열기를 느껴달라"
과거 팬페스티벌을 언급하며 '한국 팬페스티벌'보단 아시아 팬페스티벌 등을 주로 얘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팬페스티벌 개최를 결심하게 된 까닭이 무엇인가?
일단 한국 사용자분들의 열정이 정말 뜨거웠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때문에 한국 운영팀도 '아시아 팬페스티벌' 같은 것보단 한국 팬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다고 정말 강력하게 요청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글로벌 운영진은 많이 말렸다. 우리가 그동안 많은 국가에서 팬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유저 수천 명이 참석하는 이 행사는 결코 쉽지 않은 이벤트다. 수천 명의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일이고,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그리고 준비한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뒤에서 준비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팬페스티벌 하나 열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그래서 말렸다. 엄청 힘들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고. 하지만 한국 운영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용자들의 열정을 이야기하며 팬페스티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우리가 졌다. (웃음)
팬페스티벌의 매력을 사용자들에게 설명하자면?
우리는 항상 팬페스티벌을 수천 명 규모로 진행한다. 왜냐하면 나 외에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게임에 열광하는 것을 보는 건 정말 엄청난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걸 꼭 피부로 느껴줬으면 좋겠다. 이것은 <파이널판타지14> 사용자뿐만 아니라, 개발팀과 운영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물론 팬페스티벌은 인원 제한이 있는 행사다. 한국 팬페스티벌도 티겟이 매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팬페스티벌에 가고 싶은데 티겟 문제로 팬페스티벌에 오지 못하는 분들은 유료 스트리밍 중계도 있으니 영상 만으로라도 열기를 느껴 주셨으면 좋겠다.
조금 이른 질문이지만, 한국에서 2번째 팬페스티벌이 열릴 수 있을까?
먼저 이번 첫 팬페스티벌에 전력투구해 완벽하게 끝내고, 한국 운영팀이 죽을만큼 녹초가 돼도 또 하고 싶다 말한다면 그 때 검토해 보겠다. (웃음) 아, 이 이야기는 농담 반, 진담 반이다.
참고로 글로벌 운영팀은 전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팬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우리도 한 회, 한 회가 마지막 행사라 각오하고 준비한다. 이런 각오 없이는 사용자 분들을 100% 만족시킬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한국 팬페스티벌도 오신 분들이 100% 만족하고, 그 후에도 한국 운영팀과 유저 분들이 다시 한 번 팬페스티벌을 원한다면 우리도 기꺼이 이를 검토하겠다.
요시다 PD는 글로벌 버전의 개발을 총괄하는 사람이지만, 한국 사용자들은 한국 버전에 운영 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요시다 PD의 의견을 듣길 바란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쁘다. 나와 개발팀은 <파이널판타지14> 모든 서버속 빌드(독립소프트웨어) 만들고 있다. 때문에 한국판이나 중국판이라고 해서, 혹은 게임의 운영을 스퀘어에닉스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한다고 해서 그 빌드를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서비스의 세세한 부분은 한국 서비스를 총괄하는 최정해 실장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큰 국면이나 전환점에서 유저들이 내 의견을 궁금해하고 내가 대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팀은 다르지만, <파이널판타지15>는 VR 대응 콘텐츠를 낸 바 있다. 혹시 <파이널판타지14>는 VR 대응 콘텐츠나, <파이널판타지14> IP를 활용한 신작을 낼 계획이 있는지.
2014년 도쿄게임쇼에서 <파이널판타지14>로 과거에 VR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었다. 타이탄 레이드를 VR로 만든 것을 관객들에게 시연했는데 현장 반응도 좋았고 나도 많은 가능성을 느꼈다.
하지만 가능성과 함께 숙제도 느꼈다. VR을 위한 전용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VR의 매력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허나 이를 만들려면 게임 안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VR 기기 가진 사용자들을 매칭시켜야 하는데, VR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고 지금같이 VR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에 VR 가진 사용자를 매칭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오히려 VR 기기 없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이런 것 만들 시간에 새 콘텐츠나 내라'라고 생각할 것이다. (웃음)
VR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분명 10, 20년 뒤에는 게임시장의 한 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환경적으로 여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VR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아, 물론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이 10억 엔 줄테니 VR 만들자고 하면 만들지도. (웃음)
[<파이널판타지14>가 2015년 만우절에 공개한 영상]
과거 만우절에 <파이널판타지14> 리소스를 기반으로 캐릭터 격투 영상을 낸 적이 있다. 혹시 <파이널판타지14> 의 콘텐츠를 가지고 후속편 타이틀을 낼 생각은 없는지. 파이널판타지14> 파이널판타지14>
내가 직접 만들기엔 <파이널판타지14> 만으로도 버겁고, 만약 주위 다른 개발팀에서 가져온다면 충분히 검토할 의향이 있다. (웃음)
여담이지만 개발팀 내부에선 그동안 우리가 만든 역대 NPC(사람이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모아 <두근두근메모리얼>(일본의 전설적인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NPC와 가까워지는 콘텐츠를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물밑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아, 오해할까봐 덧붙이지만 방금 말한 것은 '남녀 관계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웃음)
※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는 '홍련의 해방자'와 팬페스타 관련 질문 외에도, 지난 9월 있었던 <파이널판타지14> 한국 서버 운영 논란에 대한 질의도 오갔습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요시다 나오키 PD, '파이널판타지14 운영 논란'에 대해 말하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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