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을 통해 가계의 돈줄을 죄면서 일단 건설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당분간 집 사는 것을 꺼리고 이에 따라 주택 수요가 둔화하면 건설 투자가 줄 것이 확실한데, 결국 단기적으론 경제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성공을 거둬 고삐 풀린 듯 치솟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힌다면, 가계가 대출에 쓰던 돈을 소비에 쓸 수 있게 돼 장기적으론 나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효과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24일 경제연구소 등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은 단기적으로 건설 투자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 건설투자가 올 상반기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을 연간으로 봐도 0.1% 성장에 그치는데, 이렇게 되면 정부(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기 전인 2012년(-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2015년(6.6%), 지난해(10.7%), 올해(5%대 예상)와 비교하면 건설경기가 급전직하하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는 주식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라 전체로 범위를 확장하면, 낮은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GDP 성장률(2.8%) 중 건설투자가 1.0%포인트를 기여했다. 지난해 GDP 성장률(2.8%) 중 절반이 넘는 1.6%포인트가 건설투자 덕분이었다. 결국 건설투자가 줄어드는 내년부터 한국 경제는 수출 하나에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다만 부동산 시장 억제책은 길게 봐서 가계의 대출 부담을 줄여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강종구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장이 가계부채의 유량효과(증가하는 과정에서의 효과)와 저량효과(누적치가 일으키는 효과)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가계부채가 투자를 늘려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보다 부채 누적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졌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연구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보는 가계대출이 적정 수준에서 관리된다면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는 대형 악재를 제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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