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능력 따라 4개 그룹 맞춤 대책
못 받을 빚으로 분류된 D그룹엔
채무 재조정…40만명 탕감될 듯
문재인 정부 첫 가계부채 대책의 특징은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는 동시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숨통은 최대한 터 주는데 있다.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선 빚으로 집을 사 돈을 버는 여유계층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어쩔 수없이 고금리 대출을 받은 금융약자들도 함께 챙겨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출자를 상환능력 별로 분류한 뒤 그룹별 맞춤 대책을 내놓는데 공을 들였다.
‘취약 차주’ CㆍD 그룹은 누구?
24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선 현재 가계부채가 있는 가구(1,089만8,000가구)가 소득, 자산 등 형편에 따라 총 4그룹으로 나뉜다. ▦소득과 자산이 모두 충분한 A그룹(745만5,000가구ㆍ전체 채무자의 68.4%) ▦상환능력이 양호한 B그룹(312만7,000가구ㆍ28.7%) ▦상환능력이 부족한 C그룹(31만5,000가구ㆍ2.9%) ▦사실상 빚 갚기가 불가능한 D그룹(100조원 추정) 등이다.
정부 대책은 CㆍD그룹에 집중된다. C그룹은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이 40% 이상인 고위험 대출자다. 연평균 소득은 4,100만원에 불과한데 부채는 2억9,0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출의 질도 열악하다. AㆍB그룹의 대출은 80% 이상이 비교적 안전한 담보대출이고 주로 내 집 마련 용도인 반면, C그룹은 신용대출(22.8%)과 다중채무(73.3%) 비중이 높다. 용도 역시 사업자금 마련(40.5%)이 주택마련(17.8%)을 압도했다. C그룹엔 비정규직(15.1%)과 자영업자(33.8%) 비중이 높고, 자가(35.5%) 소유보다 전세(24.9%) 및 월세(30.6%)로 사는 사람이 2배 가까이 많았다.
D그룹은 금융권에서도 아예 못 받을 빚으로 분류한 계층으로, 정부에서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100조원으로 추산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룹별 맞춤 대책 추진
정부는 우선 B그룹과 C그룹의 연체자를 대상으로 ▦오는 12월부터 연체 가산금리를 현 6~9%에서 3~5%로 인하하고 ▦프리워크아웃 채무자의 이자를 추가 감면하며 ▦내년 1월부터 심사를 통해 주택대출 연체자에 대한 담보권 실행(압류 등)을 최대 1년간 유예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D그룹은 당장 내달부터 채무재조정에 들어간다. 국민행복기금이 가진 채권 가운데 1,000만원 이하 소액 및 10년 이상 장기연체 채권 등 총 1조9,000억원(40만명)의 빚이 완전 탕감될 것으로 보인다.
연체는 없으나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선 내년 1월부터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실업ㆍ폐업 등으로 일시적 상환 어려움 겪는 차주 대상)해주고, 미소금융 등 서민정책자금 및 중금리 사잇돌대출의 공급 규모도 확대할 예정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도 집중 관리
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인 자영업자도 생계형, 일반형, 투자형, 기업형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정부는 이중 대출금액 3억원 이하이면서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생계형(48만4,000명ㆍ부채 38조6,000억원) 자영업자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전체 자영업 대출자의 30%에 달하는 이들은 40대 이하가 절반 이상(57.6%)이며, 주로 음식장사(24.1%)을 위해 돈을 빌렸다. 식당 같은 소규모 창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들의 대출규모는 평균 7,975만원으로 적지만, 연소득이 1,644만원에 불과해 건전성이 열악하다”며 “특히 고위험 대출을 받은 17만7,000명을 취약차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한 저리 대출 지원을 확대하고,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다른 곳에 취업할 때 3,000만원 이하 국세 체납액도 한시적(내년1월~2019년 12월)으로 면제해줄 계획이다.
이보다 사정이 나은 신용 4~7등급의 중신용자를 위해선 내년 2월 ‘해내리-Ⅱ‘ 대출도 시범 출시할 예정이다. 생계형 자영업자 대상으로 최대 7,000만원을 저리로 빌려주며 컨설팅까지 지원하는 상품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번 대책으로 취약 차주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게 소득주도 성장이고 혁신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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