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한도 반토막
내년 8월부터 DSR 심사 도입
신용대출 등 모든 원리금 합산
40세 미만 무주택자는 수혜
투기지역 6억5000만원 집 살 때
대출 2억3400만원→2억7500만원
자영업자 대출 규제 강화
심사 때 소득 외 업황도 반영
식당ㆍ소매업, 은행 문턱 더 높아져
“정부의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집값 차익을 노린 다주택자가 아닌 실수요자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것이다.”(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정부가 투기 수요를 옥죄기 위한 전방위 규제 정책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여 만에 또다시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지난번 대책이 집값 과열이 두드러진 곳을 투기지역으로 묶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10·24 가계부채 대책은 다주택자의 투자 목적 대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모든 빚 억제 대책을 망라한 게 특징이다.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총체적 상환능력 비율(DSR)을 내년 1월부터 잇따라 도입하고 지난해에 이어 수도권 집단대출 문턱은 한 단계 더 높이기로 한 것이다.
생계형 창업자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부동산임대업자를 상대로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내년 3월 처음 도입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최근 2년 10%대를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율(전년대비 기준)을 매년 0.5%~1%포인트씩 낮춰 2021년까지 과거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8% 수준으로 낮추겠단 복안이다.
다주택자 수도권서 추가 대출 사실상 불가능
본보가 내년 1월 새로 바뀌는 신 DTI 방식을 적용해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담보대출 때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를 계산해 봤더니 대출가능 금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DTI 비율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새 기준에선 다주택자일수록 DTI 비율이 높게 나오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때 적용하는 DTI는 총소득에서 연간 대출 원리금을 나눈 값으로 연간 갚아야 할 돈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장치다. 지금의 DTI는 분자에 해당하는 대출 원리금을 합산할 때 신규 주택대출만 원금과 이자를 반영하고 기존에 갖고 있는 대출(주택대출+기타대출)은 연간 이자만 포함한다. 신 DTI는 기존, 신규 할 것 없이 주택대출은 원리금(기타대출은 이자상환액만 반영)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대출만기를 늘리는 식으로 줄어든 대출한도를 메우는 일이 없도록 두 번째 주택대출부턴 신 DTI 계산 때 만기를 최대 15년까지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이미 2억원의 대출(주택대출 2억원·금리 3.5%)을 보유 중인 연봉 7,000만원 직장인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5억원짜리 집을 대출 받아 집을 산다고 가정하자. 서울 마포구는 투기지역이어서 DTI가 30%다. 현 기준에선 기존 대출은 이자상환액(700만원)만 반영한다. 신규 대출 원리금 1,400만원을 반영해도 연간 갚을 총 원리금이 2,100만원(DTI 30%) 이내여서 대출 최고 한도인 1억5,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턴 기존 대출 원리금 1,391만원이 반영되면 신규 대출 원리금이 700만원 이내여야 DTI 30%를 충족하게 된다. 이에 맞춰 계산하면 신규 대출 가능금액은 8,260만원으로 44%가량 쪼그라든다. 8.2 대책으로 다주택자(청약조정지역 한정)에 대한 LTV와 DTI가 10%포인트씩 강화돼 대출한도가 줄었는데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들은 수도권에서 추가 대출 받기가 상당히 어려워진 셈이다. 기존 주택대출 규모가 크면 사실상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8월부터 DSR가 도입되면 대출한도가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DSR는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모든 연간 대출 원리금을 합산해 비율을 계산한다. 정부는 당장 DSR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지 않고 은행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DSR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엔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정부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일 예정이다. 은행들의 대출해주는 규모 자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최근 분양시장이 과열되며 우려를 키우고 있는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선 추가규제책을 시행한다. 내년 1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수도권·광역시·세종)를 기존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고 보증비율은 지난해에 이어 10%포인트(90→80%) 추가로 축소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건설사 도산 때 은행들이 보장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거여서 중도금 대출 때 은행으로선 차주의 상환능력을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대출해 줄 은행을 구하지 못해 자연스레 걸러지거나 소득이 없는 차주는 중도금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빚의 숨은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도 강화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2012년 355조원에서 지난해 521조원으로 47% 급증했다. 이 중 부동산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7%로 가장 높았고, 비중이 18%인 소매업과 음식점업에선 저신용자(7~10등급) 비중이 26%로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심사 때 내년 3월부터 소득 외 업종별 업황, 소득대비 대출비율(LTI)를 반영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경기에 취약한 소매업이나 음식점을 차릴 때 은행 대출 받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대해선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하는(분할상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처음 도입된다. 담보대출 중 임차보증금을 뺀 담보인정금액 초과분은 무조건 분할상환 해야 한다. 또 차주 상환능력 심사 때 연 임대소득에서 연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임대수익을 늘리려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나머지는 은행대출로 보전) 방식으로 임대용 집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리가 비싼 2금융권 주담대 차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금리가 싼 1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을 올 연말 출시키로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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