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최신 버스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017 버스 월드(Busworld)’가 지난 19일(프레스 데이)부터 25일까지 벨기에 코르트리크에서 개최됐다.
이번 ‘버스월드’에는 총 36개의 국가에서 70여 개 업체가 참가해 버스의 첨단 기술과 비전 등을 교류했다. 국내에 트럭으로 익숙한 볼보와 다임러, 스카니아 등도 부스를 크게 차리고 신모델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발표했다.
수입 버스로는 유일하게 국내에 공식 진출한 상용차 업체 만(MAN)버스 역시 월드 프리미어 모델인 코치 버스를 공개하며 전기 버스 등의 비전을 밝혔다. 이어서 만(MAN)버스 세일즈&프로덕트 부문의 루디 쿤타 부사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해부터 한국 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만(MAN)버스의 생각과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다.
Q: 만(MAN)버스는 지난해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현재 수입 상용차 시장에서 버스 진출은 공식적으로 만(MAN)이 단독인데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A: 만(MAN)에 한국 시장은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2016년 출시 이전에 3년간 시장을 분석했고 전략을 세웠죠. 한국은 인증 절차도 꽤 까다로워서 제품 구성에 오랫동안 고심한 시장입니다. 그래도 이미 트럭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잘 정비된 전략을 짰습니다. 한국 버스 시장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큽니다. 연간 6만 대가 넘게 팔려 나가죠. 국산 브랜드의 경쟁이 심해 만(MAN)버스가 당장 수천 대씩 팔 수는 없겠지만, 프리미엄 버스 수요는 꽤 높습니다. 지난 3월에 출시한 CNG 저상버스도 반응이 좋습니다. 또한 이층버스와 지붕을 열 수 있는 투어용 버스도 아직 수요가 많고요. 만(MAN)에는 네오플란 등 한국에 출시해도 좋을 다양한 라인업이 있습니다.
Q: 전 세계 그리고 한국의 프리미엄 버스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프리미엄 버스 시장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만 하더라도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죠.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을 정하는 건 시장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인 수요는 확실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안전장치, 사양 등 거의 모든 요소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죠. 게다가 요즘엔 중간 단계의 제품들이 고급 단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만(MAN)에 아주 긍정적이죠. 한국은 기본적으로 하이테크 수요가 높은 나라입니다. 이는 유럽 프리미엄 제품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충분한 명분이 됩니다.
Q: 차 크기를 한국 법규에 맞추느라 스페인에서 다시 제작해 들여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비용 또한 늘어날 텐데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A: 어느 시장이든 규제는 있습니다. 모든 업체가 그렇겠지만 그 규제에 적응해서 맞출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러시아에선 한국과 규제가 달라 또 다른 고민입니다. 미국은 아예 진입을 못 할 정도고요. 그래서 시장 진입 전에 철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맞춰 사업을 진행합니다.
Q: 만(MAN)도 전기 버스를 개발 중인가요? 오늘 행사(2017 버스 월드)장에선 안 보입니다.
A: 당연합니다. 개발은 이미 다 됐고, 오늘 행사장에서 공개를 안 한 이유는 내년에 공식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만(MAN)은 앞으로 디젤, 천연가스, 전기 이 세 가지 연료를 사용하는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출 계획입니다. 충전은 오버 나이트(운행을 안 하는 밤 동안 충전) 방식입니다. 4년 전 바로 이곳에서 만(MAN)은 Opp 충전 방식(버스가 기착지와 도착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지붕의 단말기를 통해 충전하는 방식. 볼보버스가 선택한 방식이며, 거의 상시 충전으로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을 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시장 조사 결과 잠재 소비자의 80%가 오버 나이트를 원한다고 나타나 노선을 수정했죠. 내년에 일단 12m 그리고 18m 굴절 버스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2020년까지 도시 버스의 15%, 2030년까지 60%를 전기 버스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Q: 한국 시장엔 앞으로 어떤 차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A: 이미 지난 3월에 천연가스로 움직이는 저상버스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에 적합한 버스도 개발 중입니다. 장거리 여행용인 코치 버스도 들여올 수 있습니다. 전기 버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전기 버스는 현실적으로 3~4년 후에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버스가 승객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버스 상품을 기획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현금을 쓰기보다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간편하게 버스표를 구입하고, 자율적으로 탑승하길 원합니다. 만(MAN)은 상품뿐만 아니라 승객의 디지털 커넥티드와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또한, 장거리 여행에서 항상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에어컨디셔너를 틀더라도 공기를 상쾌하게 환기하는 기능을 넣어놨습니다.
Q: 최근 들어 저가 항공, 고속철도 등 장거리 교통수단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가 경쟁력이 있을까요?
A: 우선 저의 대답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버스의 로지스틱스 수요는 늘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교통수단이 느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고전적인 버스의 이용률도 늘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도심 내 무인 자동차 시스템도 결국 버스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작은 미니 전기 버스 수요도 새롭게 창출될 것입니다. 지금도 대도시 곳곳엔 대형 굴절 버스가 큰 인기입니다.
또한, 멕시코처럼 철도가 없고 항공료가 비싼 나라에선 버스 이외에 대체 여행 수단이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존 철도 보호법 때문에 버스 장거리 여행이 금지됐었는데, 최근 한 버스 운수 업체가 장거리 여객 사업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덕분에 독일에서도 이제 버스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졌죠. 운임도 경제적입니다. 이처럼 버스는 지속해서 다른 교통수단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를 계획할 때도 버스는 유연합니다. 철도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바꾸기 어렵지만, 버스 수와 노선은 도시 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습니다. 곧 하이브리드 버스와 전기 버스까지 활성화된다면 환경 면에서도 기차나 비행기보다 훨씬 낫습니다.
코르트리크=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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