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단ㆍ지식인 기반 남았지만
‘시코노믹스’ 약진에 입지 축소
25일 출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체제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은 물론, 국무원 총리에도 연임된 것은 이미 예견됐던 결과다. 한때 일각에선 그가 1998년 3월 장쩌민(江澤民) 3기 시작과 함께 상무위원직은 유지하되, 총리 자리에선 물러나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긴 리펑(李鵬) 전 총리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루머도 나왔으나 말 그대로 ‘소문’에 그쳤다. 하지만 서열 2위 총리직을 지킨 것은 외견상 결과일 뿐, 그의 입지와 영향력은 갈수록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리 총리의 ‘애매해진’ 위상은 시 주석 집권 1기 때부터 서서히 표면화했던 현상이다. 장쩌민ㆍ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 중국에선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총리의 ‘2인 체제’를 운영하면서 경제정책은 총리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끌어 왔다. 시 주석도 집권 초기 땐 이러한 관행을 따랐으나, 지난해 말 ‘핵심’ 칭호를 부여받은 이후에는 측근들을 앞세워 경제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리코노믹스(리커창+이코노믹스)’라는 말은 사라졌고, 그 자리는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가 대신 채웠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시 주석의 ‘1인 천하’ 시대가 전면 도래함에 따라, 향후 경제 실권도 시 주석 측이 완전히 틀어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으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궈수칭(郭樹淸)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왕양(汪洋) 부총리 등이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류 주임은 이번에 중앙정치국 위원에, 왕 부총리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각각 새로 진입했고 궈 주석도 차기 인민은행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자율성과 경기부양을 중시하는 리 총리보다는, ‘공급 측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뜻이 중국 경제 운영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렇다고 리 총리가 그저 유명무실한 존재로만 남을 가능성은 작다. 그에겐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파워엘리트였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라는 정치적 기반이 있는 데다, 지식인층의 폭넓은 지지도 받고 있다. 시 주석 사상인 ‘샤오캉(小康ㆍ중산층) 사회’ 건설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총리 유임설을 전하면서 “리커창은 시진핑에게 일종의 보완재 역할”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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