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보궐 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방문진 이사회 구도가 여권에 유리하도록 재편됐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과 김장겸 MBC 사장 해임도 가능해져 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며 지난달 4일 시작된 MBC파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26일 방통위에 방문진 보궐 이사로 선임된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다. 옛 여권 추천 유의선·김원배 전 방문진 이사의 사퇴로 생긴 공석에 현 여권 추천 이사가 선임되면서 방문진 이사진 구도는 친 여권 이사가 5명으로 친 야권 이사 4명보다 많아지게 됐다.
방문진 이사진이 재편되면서 지난 23일 옛 야권 추천 이사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이 방문진 사무처에 제출한 고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 처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방문진 규정에 따라 재직 이사 가운데 과반수가 찬성하면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선임된 보궐 이사 2명은 검증 절차를 거쳐 이번 주 내 정식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의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다음달 2일 고 이사장 불신임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 이사장 불신암이 통과되면 고 이사장은 비상근 이사로 남게 된다. 방통위는 25일 예정된 전체회의를 순연한 후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보궐 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방문진 이사회 일정에 맞춰 보궐 이사를 선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 상정과 처리도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발과 추가 갈등도 예상된다. 고 이사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해임 무효 소송까지 불사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의 해임안이 처리돼도 김 사장이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 나서면 MBC 사태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