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조원가량은 안 돌아와
탈세ㆍ자금세탁 가능성 제기
지난 9년간 국내 대기업이 조세회피처(발생 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국가ㆍ지역)에 송금한 돈이 59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조세회피처 회사ㆍ부동산 등에 직접 투자한 돈도 36조원이나 됐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2008~2016년 케이먼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등 조세회피처 국가들에 총 594조858억원을 송금했다.
이 중 다시 국내로 돌아온 것은 428조4,518억원이다. 송금액보다 165조6,340억원이 적다. 물론 조세회피처로 갔거나 돌아오지 않은 돈이 모두 재산은닉 등에 이용된 ‘검은 돈’은 아니지만 조세회피처가 역외 탈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부는 재산 빼돌리기나 탈세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의원은 “조세회피처는 법인세율이 매우 낮아 수출대금을 보내 외국인 자금으로 둔갑시켜 국내로 들여오는 등 자금세탁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대기업의 전체 송금액 중 직접투자 금액은 35조1,130억원이었다. 직접투자는 조세회피처 국가에 회사 또는 공장을 만들기 위해 쓰인 돈을 말하는데, 부동산을 사는 경우도 포함된다. 국내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직접투자는 2008년 1조6,191억원에서 지난해 5조8,367억원으로 3.6배 급증했다.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송금이 늘면서 같은 기간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세금을 부과한 건수와 추징금액도 늘고 있다. 2008년 역외탈세 관련 징수액은 1,506억원(30건)이었지만, 지난해는 1조3,072억원(228건)이었다.
과세 당국은 조세회피처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세회피처는 네 종류로 나뉜다. 우선 소득ㆍ법인ㆍ양도ㆍ상속세 등이 전혀 없는 무세국으로, 바하마 버뮤다 케이먼군도 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로 소득 또는 자본에 대한 세율이 낮은 저세율국이 있고, 세 번째로 홍콩처럼 해외 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지 않는 국외소득 면세국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 등 특정형태 회사에 특혜를 주는 국가가 있는데,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이 그 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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