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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약품 펑펑 쓰는 스팀세차장 ‘규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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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약품 펑펑 쓰는 스팀세차장 ‘규제 사각지대’

입력
2017.11.03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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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설치된 스팀세차장에서 세차장 직원이 증기를 쏘며 차를 닦고 있다. 박세인 기자
2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설치된 스팀세차장에서 세차장 직원이 증기를 쏘며 차를 닦고 있다. 박세인 기자

폐수배출시설 전혀 안 갖추고

오염물질 하수구로 흘려 보내

일반 세차장보다 오염 배출 심한데

등록ㆍ허가 없어도 영업 ‘우후죽순’

민원 빗발치자 이제서야 실태조사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주차장 구석에 마련된 스팀 세차장. 차 한 대를 가운데 두고 세 사람이 붙어 바가지로 연신 물을 뿌려댔다. 차에 쌓인 먼지를 물로 한번 씻긴 뒤에야 스팀기계를 작동해 증기를 내뿜었다. 차에서 흘러내린 물은 별다른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하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보통 세차장이라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폐수배출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런 스팀 세차장은 물과 함께 약품까지 쓰는 경우가 있는데도 전혀 제재를 받지 않는다.

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스팀 세차장 영업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아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호법’에 따르면 하루 폐수 방출량 100리터 이상이면 폐수배출시설을 갖추고 배출시설 가동시간, 배출량, 약품투입량 등을 기록하게 돼 있다. 일반 세차장은 당연히 해당된다. 그러나 차량 1대당 물 1~1.5리터만 사용하는 스팀 세차장은 등록ㆍ허가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가 필요 없고 ‘떴다방’식 영업도 가능한 탓에 정확한 사업자 수 조차 가늠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세정협회 관계자는 “차량용 스팀세차기만 있으면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영업을 할 수 있을 정도라 정부에서도 전국에 몇 개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대형 마트에는 하나씩 다 있고 최근에는 카센터에 장비를 들여놓고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스팀 세차장이 증기와 물을 함께 사용하거나 카샴푸, 휠 세정제 등 화학물질을 뿌려 세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칙대로 증기만 이용해 세차를 하면 폐수 발생량이 적지만 차 한대당 세척 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돼 회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이 그대로 하수구로 배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물을 사용하는 일반 세차장보다 수질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스팀 세차장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일반 세차장에서는 차 한대를 닦는 데 20분 가량 걸리지만 스팀 세차장에서는 3,4배의 시간이 필요해 이를 단축하기 위해서 물을 뿌리거나 약품을 함께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휠 주변에 생기는 분진을 깨끗하게 세척하기 위해서는 철분 제거제나 휠 클리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실태조사 후 단속과 규제 정비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형 마트나 빌딩 주차장 등에서 영업하는 일부 고정식 스팀 세차장에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불법으로 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선 지자체와 공동 실태조사를 통해 불법 영업 현황을 파악하고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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