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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위기는 일본식 장기복합불황” “재벌이 아직도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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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위기는 일본식 장기복합불황” “재벌이 아직도 너무 강하다”

입력
2017.11.06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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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원’, ‘미스터 엔’이 말하는 한국경제

김용덕(왼쪽) 전 금융감독위원장,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용덕(왼쪽) 전 금융감독위원장,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 경제의 다음 위기는 일본식 장기 복합불황이 될 것이다.”(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ㆍ신임 손해보험협회장)

“한국은 아직도 재벌의 지배력이 너무 강하다.”(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

1997년 외환위기의 한복판에서 서 있었던 두 경제원로의 2017년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싸늘했다. 이들은 20년 전 국제금융 무대에서 각각 한국과 일본을 대표해 환율을 관리하며 ‘미스터 원’과 ‘미스터 엔’으로 불렸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순식간에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감했던 이들은 한국경제가 지난 20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위기의 경계선상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치열한 고민과 철저한 대비가 없는 한, 언제든 다시 남에게 손을 벌려야 할 지 모른다는 경고였다.

김 전 금감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한국은 부실금융사 정리, 상시 구조조정 제도 도입, 금융감독 및 회계제도 선진화 등 개혁 조치를 ‘반강제’로 단행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잔뜩 움츠리게 된 기업들은 경제성장을 이끌 ‘역동성’을 잃었고, 소수 정규직을 제외한 대다수 근로자의 고용안정성도 크게 낮아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에 불안한 대외환경까지 더해졌고 고령화와 양극화 같은 구조적 약점까지 겹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만약 우리 경제가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면 그 형태는 외환위기가 아닌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카키바라 전 차관은 지난달 27일 인터뷰에서 외부인의 시각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한국경제는 순조롭게 회복했다”며 “경제구조도 거의 선진국 반열인데 여전히 성장률은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20년 전에도 일부 재벌의 위기가 외환위기로 번졌는데, 한국에선 여전히 재벌의 지배력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재벌이 강한 것은 한국경제의 장점일수도 있지만, 조금만 어긋나면 국가 전체가 무너지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일침이다. “정부와 재벌의 관계도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본엔 한국 같은 막강한 재벌이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카키바라 전 차관은 한국이 직면한 고령화 문제에 대해선, “고령화는 어쩔 수 없다지만 출산율이 낮은 건 큰 문제”라며 “아이가 3명 이상이면 각종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프랑스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실업과 관련해서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경제구조의 글로벌화로 임금이 더 오르기 힘든 구조”라며 “부가가치세를 20%씩 걷는 한이 있더라도 노인 위주의 복지 시스템을 청년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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