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맹학교 고교부
이민주·이현주·최형락·황채현
봉사단체 사진 교육 받고
서울시청 사진 전시회까지 열어
“전시회 연 소감이 어때요?” “에이, 저흰 프로사진가도 아닌데요, 뭘.”
18세 동갑내기 이민주 이현주양, 최형락 황채현군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자신들의 사진전(지난달 30일~이달 4일)이 열렸던 2일 만난 본보 기자 질문에 꽤나 덤덤하게 답했다. 그러나 얼굴엔 미소가 묻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겐 사진을 찍고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게 그만큼 큰 도전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은 충북 청주맹학교 고교부에 재학 중이다. 전시 제목도 그래서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손에 카메라를 난생처음 쥔 건 2014년 늦가을. 의료인 봉사단체인 ‘동의난달’이 학교에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재능기부를 제안해 오면서다.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좋은 기회’가 있다며 ‘사진 찍는 법을 배워 볼래?’ 하셨어요!”(현주) 그 순간을 학생들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땐 주저했다. “앞이 보이는 사람이나 찍을 수 있는 것”(형락)이란 편견,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사진이냐”(채현)는 체념 때문이었다. 다행히 ‘13년째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고,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사진 교육을 받게 됐다.
먼저 누군가 옆에 꼭 붙어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설명해 주고, 일일이 도움을 줘야 할 것이란 선입견을 깼다. 학생들은 손으로 직접 물체를 만지며 스스로 사진을 찍어 갔다. “첫 수업시간에 서로 얼굴을 만져 보고 난 뒤 셔터를 눌렀어요. 친구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사진에) 어떻게 담겼겠다’ 하는 느낌은 들었죠.”(형락) 소리나 냄새도 카메라에 담았다. ‘볼 수 있는’ 이들의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앞에 조그마한 연못 같은 게 있었는지 물소리가 나더라고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셔터를 눌렀는데 금붕어 한 마리가 찍혔대요.”(민주) 그렇게 그들이 찍은, 그들만이 찍을 수 있는 ‘작품’이 쌓여 갔다.
전시는 촬영과 또 달랐다. ‘보여 줘도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채현군이 “전문사진가 전시에 익숙한 사람들은 저희 사진을 엄청 형편없다고 여길 것 같았다”고 하자 “혹시 욕을 하면 어쩌나 두렵기도 했다”고 민주양이 거들었다. 전시가 끝나면 사진 수업도 사라지지 않을까 슬프기도 했단다. 2015년 첫 전시가 열리고 호평이 쌓이면서 저 고민들은 기우로 끝났다. ‘사진이 너무 좋다’는 얘기가 학생들 귀에 들려왔고, 비치했던 엽서는 동이 났다.
사진 교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카메라를 놓지 않겠다는 게 학생들 말이다. 현주양은 “앞이 보이는 사람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편견이 (저희로 인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좋다”고, 쌍둥이 민주양은 “삶에 대한 태도가 도전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관객들이 우리 사진을 통해 희망을 봤음 좋겠어요. 그게 볼 수 없지만, 우리가 사진을 계속 찍는 이유예요.”(형락)
문득 3년 전, 그들 기억에 자리 잡은 ‘처음 카메라를 만나던 날’이 궁금했다. “카메라가 든 상자를 뜯던 날, 떨려 죽을 뻔 했어요!”(채현) “저는 평생 사진 찍히는 사람으로만 남을 줄 알았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될 수 있다니 꼭 상을 받는 기분이었어요.”(현주) 어릴 적부터 유난히 카메라 셔터 소리를 좋아했다는 형락군은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고 소리쳤다. 3년 전 그날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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