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 대형병원과 계약
수십만원대 종합건강검진 실시
직원은 물론 배우자까지 무료
中企 직장인들은 공단 일반검진
위내시경 등 받으려면 본인 부담
건강이상 조기발견 기회 잃기도
직장 생태계 설움, 검진으로까지…
# 서울 중구의 영세 인쇄업체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K(41)씨. 중년기에 접어들어 건강을 집중적으로 챙겨야 할 나이지만 올해 건강검진은 소변검사, 혈액검사, 흉부방사선촬영 정도가 전부였다. 신장과 체중, 시력ㆍ청력검사, 혈압 측정, 구강 검사도 하지만 숨은 병을 찾아낼 수 있는 항목도 아니다. 최종상담을 받기 위해 들어간 상담실에서는 고령의 의사가 “특별히 어디 아픈데 없죠? 늘 건강하세요”라며 상담을 종료했다.
# 유명 대기업 정보통신 계열사 5년차 직원 김모(33)씨 지난 7월 건강검진에서 선택지로 위내시경,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았다. 선택지에는 대장 내시경, 간 검사 등 각종 검사도 있다. 만 40세 이상은 매년 받으며 그 이하는 격년에 한번씩 받는다. 건강검진 비용은 60만원 상당이며 회사가 모두 지원하고, 배우자까지 무료이다. 부모님도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다.
대기업ㆍ중소기업, 또 정규직ㆍ비정규직으로 양극화한 직장 생태계의 설움이 건강검진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은 자기 돈 내기가 아까워 위내시경조차 제대로 못 받지만, 대기업 직원들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회사에서 책임진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공단에서 제공하는 일반건강검진과 주요 대기업 등이 임직원들에게 지원하는 종합건강검진은 비용이 최소 15배 가량 차이가 난다.
일반건강검진은 공단이 지정검진기관에 1인당 4만4,750원을 지급하며, 기본검진만 받을 경우 무료지만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등을 원한다면 본인 부담 비용이 상당하다. 지정검진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 내시경은 6만원대, 수면 내시경은 9만원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간 담낭 및 담도 신장 췌장 비장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복부초음파는 추가비용이 7만원대다. 올 초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직장인 L(32)씨는 “너무 기본적인 검사만 받다 보니 이 검사만으로 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대형병원과 계약을 맺고 수십만원대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종합건강검진은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지만, 사내 복지 차원에서 제공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H(38)씨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자랑할 때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직장인들은 건강검진을 어디서 받느냐에 따라 ‘공단파’와 ‘병원파’로 구분 한다”고 씁쓸해했다.
이른바 ‘빅5’ 병원의 기업 종합검진은 기본검진 비용만 60만원대. 복부초음파, 위내시경, 폐 기능 검사, 흉부촬영, 심전도 검사와 함께 간암포지자, 대장암포지자, 췌장담도암포지자 검사도 진행된다. 모든 검사와 상담은 교수들이 맡는다. 여기에 더 나아가 대기업 임원들은 주로 100만~200만원 대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런 양극화 속에서 ‘공단파’는 건강 이상의 징후를 조기 발견할 기회를 잃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일반건강검사 결과, 간장질환검사 수치가 모두 ‘정상’이었던 박모(46)씨는 올 여름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박씨의 ASTㆍALTㆍ감마지티피(간세포 손상 유무 관련 효소)수치는 각각 20, 21, 57로 정상이었다. 익명의 한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일반건강검진의 간장질환 검사는 기본적인 간 기능 검사라 구체적인 질환을 발견할 수 없다”며 “최소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합건강검진 시장이 과도한 마케팅으로 부풀려진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일반건강검진을 이용하면서도 본인부담을 들여서라도 필요한 항목을 추가해서 이용할 것을 조언한다. 정종구 강동경희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건강증진센터장)는 “일반건강검진은 당뇨병, 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검진”이라며 “위장과 간 이상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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