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들이 6일 서울 강남대로 호반건설 본사 앞에 모였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언뜻 보면 관계 없어 보이는 건설사 앞에서 시위를 한 이유는 호반건설이 지난 2월부터 제주에 있는 수족관 퍼시픽랜드를 인수해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 퍼시픽랜드는 원래 ‘돌고래의 무덤’으로도 악명이 높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이 급하게 나선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서울대공원이 지난 6월 퍼시픽랜드와 5개월간 위탁계약을 맺고 보낸 큰돌고래 태지가 머물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20일이 지나면 태지는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되어 돌고래 쇼에도 동원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핫핑크돌핀스, 동물을위한 행동 등 동물보호단체들로 구성된 돌고래바다쉼터추진위원회는 태지의 위탁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돌고래가 수족관에 평생 갇혀 지내는 것에 대한 지적이 거세자 국내외 대부분의 수족관은 생태설명회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곳 퍼시픽랜드는 다릅니다. 퍼시픽랜드에는 현재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큰돌고래 아랑이,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 혼종 똘이와 바다 등 네 마리의 돌고래들이 높이뛰기, 소리내기, 음악에 맞춰 춤추기 등의 묘기를 부리며 하루 네 번의 쇼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 중 두 마리는 두 명의 사육사들과 함께 수중 쇼를 하고 있으며 돌고래들은 모두 특별한 안전 장치 없이 사람들과 사진촬영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쇼가 끝나면 돌고래들을 관람객 앞에 데리고 와 사진을 찍게 하는데 이것이 돌고래들에게는 가장 잔인한 프로그램”이라며 “낯선 사람들 앞에 강제로 나오게 해 사진이 찍힐 때 돌고래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또 조련사와 동물이 몸을 접촉하는 훈련이나 공연의 경우 돌고래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분노가 생길 때 조련사를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퍼시픽랜드는 불법포획한 남방큰돌고래를 구매하다 적발돼 지난2013년에는 대법원에서 불법 포획 돌고래 4마리의 몰수형과 벌금 1,000만원, 대표이사의 징역형을 확정 판결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2013년 2월 2마리, 2015년 7월 2마리 등 총 4마리의 큰돌고래를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해 돌고래 쇼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원회는 “태지가 쇼돌고래에 동원된다면 2013년 제돌이 방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마리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바다에 방류하는 서울시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호반건설은 일단 태지의 위탁 사육 기간을 연장하고 퍼시픽랜드의 돌고래 쇼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퍼시픽랜드에서 사육중인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제주 바다로 방류하고, 태지와 혼혈종 새끼 돌고래들을 바다쉼터를 만들어 방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돌고래가 수족관에 사는 건 사람이 평생을 침대에 사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지난 9년간 쇼돌고래로 살아가던 태지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5개월은 너무 짧습니다. 다른 남방큰돌고래들은 다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사기업 소유라는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쇼에 동원되야 하는 비봉이도 애처롭습니다. 정부와 서울대공원, 수족관업체들이 지금이라도 돌고래 방류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귀 기울여주길 바랍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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