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자연출산] “부자들의 출산? 특별한 분만법은 아닌데 인건비 많이 들어”

입력
2017.11.08 04:00
16면
0 0

국내 최초 전문병원 정환욱 원장

"촉진제 쓰면 진통제 없이 힘들어

이런 약물 사용 자제하는 출산법"

자연출산을 국내에 처음 알린 정환욱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교육장에서 산모들과 남편들에게 출산 시 호흡과 이완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자연출산을 국내에 처음 알린 정환욱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교육장에서 산모들과 남편들에게 출산 시 호흡과 이완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자연출산을 극단적인 출산 방법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일부 연예인들이 고액을 지불하며 ‘그들만의 출산’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말 그럴까. 2010년 국내 최초 자연출산 전문 병원을 세워 지금까지 7년간 4,000명이 넘는 자연출산 산모를 도운 정환욱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원장에게 자연출산의 왜곡된 시선과 그에 대한 답을 들어 봤다.

-어떻게 자연출산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7년 한 외국인 여성의 가정출산을 도우면서 이 분야에 눈을 떴다. 20여년간 전문성을 앞세워 서둘러 출산을 끝내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 그녀는 전 세계의 자연출산 사례를 담은 자료를 갖고 찾아와 의료 처치 없이 아기를 낳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녀는 가정출산을 했고 남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출산과정을 도왔다. 이후 출산의 경험이 삶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해 이 일에 매진하게 됐다.”

-자연출산은 특별한 분만법인가.

“특정 분만법의 하나가 아니다. 산모가 본인의 신체 상태와 출산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갖도록 의료진이 돕고,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아기를 낳으면 자연출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철학을 갖고 충분히 자연 진통을 하다 수술로 이어진다고 해도 이 또한 자연출산인 것이다.”

-의료 개입은 전혀 없나.

“관장, 제모, 내진 등 의례적 처치나 정해진 규칙에 따른 의료적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 아기가 나올 때도 회음절개 대신 진통의 흐름에 따라 아기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산모의 호흡이나 힘 조절을 돕는다. 촉진제로 유발된 인공적인 진통은 쉴 틈 없이 강하게 몰려오는 만큼 산모들이 진통제나 무통주사 없이 견디기가 힘들다. 또 촉진제로도 진행이 안되면 제왕절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약물이 또 다른 의료 행위를 부르는 ’눈덩이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 사용은 최대한 자제한다. 하지만 응급 상황이 예상(발생)되면 바로 처치가 가능하도록 늘 준비는 하고 있다. 병원 안에 의사와 간호사 조산사 등이 함께 있는 이유다.”

-쌍둥이, 브이백(제왕절개 후 자연분만), 역아(태아의 엉덩이가 머리보다 아래쪽에 있는 것) 등 고위험 산모는 수술해야 한다는 게 상식으로 돼 있는데.

“자연분만이 가능하다. 우리 병원에서 7년간 4,000여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자연분만 신생아가 3,506명이다. 이중 124명이 브이백, 15명은 쌍둥이, 74명이 역아였다. 산전검사와 산모의 신체 상태를 통해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흔히 잘못된 상식 중 하나가 엄마 골반이 작고 아기 머리가 너무 크거나 역아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데 이 또한 자연출산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단, 임신중독증이나 전치태반(태반이 아기가 나오는 길목인 자궁문을 가리고 있는 것), 산모의 질병으로 인한 합병증 우려, 37주 이전 조산 등일 때는 자연출산이 어렵다.”

-자연출산 준비는 어떻게 하나

“부부가 함께 출산을 하기 때문에 10시간 이상의 산전 교육이 필수다. 출산의 역사, 방법 같은 이론부터 호흡과 위급상황 시 대처법, 출산 리허설 등 실습으로 부부를 준비 시킨다. 이렇게 출산 전 교육부터 부부가 함께하고 출산을 또 같이 경험하는 과정에서 ‘전우애’가 생겨 공동육아까지 잘 이어진다.”

-무통주사 없이 어떻게 진통을 견디나.

“산모는 호흡과 이완 등 훈련을 하고 남편도 진통을 경감시키는 마사지를 함께 배운다. 출산동반자인 ‘둘라’도 원하는 경우 산모 옆에서 이완을 돕는다. 둘라는 출산과정을 돕는 비의료인인데, 주로 진통이 밀려오는 동안 산모의 호흡과 이완을 도와줘 ‘인간 마취제’로 불린다. 진통이 심할 때 물속에 들어간다든지 평화로운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장이나 금식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진통은 강해졌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초산일 경우 진통이 이틀간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장시간 진통을 하면 체력이 달리고, 탈수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 진통이 약할 때 물, 과일주스, 초콜릿 등으로 체력을 보충해주라고 한다. 아기가 나올 때 배변 등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의료 처치 없는 출산인데 100만~500만원의 고비용이 든다.

“출산에 관여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낮보다 밤에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의료진이 개입하지 않으면 아기는 낮보다 밤이나 새벽에 훨씬 많이 태어난다. 이 때문에 자연출산을 돕는 의료진은 24시간 대기를 하고 있다가 새벽이라도 나와서 출산을 돕는다. 이런 의료진의 ‘대기 비용’과 조산사와 간호사의 1대1 돌봄 등 인건비, 수중출산 등은 의료 분만수가에 포함이 안 된다. 질병이나 약 처방 등에만 보험 처리가 되다 보니 자연출산의 보이지 않는 서비스 비용은 모두 개인적으로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출산을 하고 모자동실(태어나는 순간부터 아기와 엄마가 병실에 함께 있는 것)을 하려면 병실도 1인실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보험 적용이 안 된다. 1인실 비용과 인건비가 들어가서 일반병원 분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연출산이 고비용일 수 밖에 없는데, 사회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분만수가의 조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