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짐볼 위에 앉고 아빠들은 손으로 엄마의 머리부터 등까지 붓으로 그림 그리듯이 몸을 쓰다듬으세요. ‘당신 사랑해, 잘 하고 있어’라는 말도 해주시고요. 귀 솜털도 자극해 주세요. 엄마는 진통을 하면서 아기가 자궁 아래로 내려 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지난달 25일 저녁 7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교육장에 예비 엄마ㆍ아빠 11쌍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자연출산을 위해 산전 교육을 받으러 온 이들이다. 자연출산은 부부가 주도적으로 출산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출산 관련 이론뿐 아니라, 출산 당일의 실전 ‘기술’을 익혀두는 게 필수. 이 때문에 자연출산 병원들은 대부분 부부가 참여하는 교육을 4~5번에 나눠 총 10시간 이상 진행하고 있다. 보통 ‘자연출산의 이론→호흡ㆍ이완 실습→모유수유→출산 리허설’ 순서로 이뤄진다.
이날은 2번째 수업으로, 바른 자세와 호흡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임신 중기 운동법, 역아 일 때 아기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돕는 자세, 진통 시 남편이 하면 좋을 마사지 방법 등이 포함됐다. 가령 산모가 스쿼트(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하체운동) 자세로 1분 정도 있으면서 허벅지 안 근육을 자극하기도 하고, 출산 시 제일 많이 취하는 ‘기대 앉기’(남편은 아내 뒤에 바짝 붙여 앉고, 아내는 다리를 뻗고 앉아 남편한테 기댄다) 자세를 부부가 함께 따라 해보기도 했다. 교육하는 내내 병원 소속 둘라(진통 경감 등을 돕는 비의료인 출산동반자)가 돌아다니면서 부부의 자세를 교정해 주기도 했다.
천유원(28)씨는 “요가 강사를 오랫동안 해온 터라 호흡이나 출산을 위한 운동이 익숙해 다행”이라며 “동양인은 골반이 작아 출산에 불리한 신체구조라는 등 편견에서 벗어나 조상들이 대대로 산모들의 힘으로 낳은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팔과 다리의 순환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을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산모들의 얼굴과 몸에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남편들은 그런 아내들을 바라보면서 머리칼과 어깨를 쓰다듬기도 하고, 물을 갖다 주며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자연출산을 하자고 아내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는 한승재(36)씨는 “맞벌이라 평소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번 교육에서 아내를 위한 마사지를 배워 좋았다”며 “잘 준비해서 의례적인 의료 처치 없이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인 전예림(29)씨 역시 “5개월째 빨리 걷기 등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가끔 배가 뭉치면 무서웠다”며 “위험 신호가 아니라 이 역시 아기가 적응하고 호흡하려는 것이란 걸 배워 안심이 됐다”고 답했다.
출산은 시간과의 싸움이란 점에서 자주 마라톤과 비교된다. 때문에 산전 교육에선 장시간 진통을 하면서 지치지 않도록 부부의 심신을 훈련시키는 데에 초점을 둔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출산은 마라톤 코스를 2~3일간 쉼 없이 걷는 것과 같아 산모와 남편 모두 지구력이 필요하다”며 “평소 스트레칭과 호흡을 하면서 모든 근육을 풀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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