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삐라(대남전단)가 서울 한복판까지 날아들고 있다. 출몰 빈도도 부쩍 잦아졌다. 들여다 보면 하나같이 혐오스런 이미지와 자극적인 문구로 한ㆍ미ㆍ일 지도자를 비방하거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내용들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시대 이런 식의 조악한 선전물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만은 막상 일상에서 북한의 심리전과 맞닥뜨린 시민들은 적잖이 당황스럽다.
말로만 듣던 삐라를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다. 삐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8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삐라’ 관련 게시물은 1,400여건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이 2016년 1월 이후 올라온 것으로 미루어 이 기간 북한이 집중적으로 삐라를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 중엔 “경찰서 갖다 주면 아직도 공책 주나요?” “어떻게 여기까지 날아왔을까” “이런 거 올리면 잡혀가나요?” 같은 질문이 단연 많다. 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SNS 세상에 떠도는 삐라에 대한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보았다.
Q1. 경찰서에 삐라 갖다 주면 학용품 주나?
A. 요즘엔 주지 않는다. 한국일보 View&(뷰엔)팀이 10월 30일 서울 왕십리와 세종대로 일대에서 주운 삐라를 남대문 경찰서에 제출하고 학용품 지급을 요구했더니 담당 부서 근무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삐라를 신고하면 학용품을 받을 수 있었던 근거는 ‘북한 불온선전물 수거 처리 규칙’이다. 반공ㆍ방첩이 지상과제이던 시기 경찰은 삐라 수거 촉진을 위해 △초등학생 등 어린 신고자에게 연필, 노트 등 상품 수여 △등산로ㆍ유원지 입구, 각급 학교에 수거함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규칙을 만들어 시행해 오다 2007년 폐지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계기로 삐라 살포를 상호 자제하고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삐라가 자취를 감추자 이루어진 조치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 삐라가 크게 는 만큼 새로운 처리 규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Q2. SNS에 삐라 사진 올려도 되나?
A. 삐라 사진을 SNS에 공유해도 되는지 112에 문의했다. 경찰의 답변은 “다른 사람들이 게시물을 보고 신고할 수 있고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도 있으니 웬만하면 안 올리는 게 낫지 않겠나”였다. 뭔가 똑 부러지는 규정은 없지만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인터넷 분야 전문 시민단체 ‘오픈넷’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손지원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실었다. 정보 취득이 용이하고 국민 의식 수준도 높아져 수용자의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손 변호사는 “개인의 경험 공유 차원에서 올리는 사진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오히려 이를 제한하는 것이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며 “관련법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보안법 7조 1항(찬양ㆍ고무)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ㆍ반포ㆍ소지 등)은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목적을 가진 경우’로 적용 범위를 한정해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Q3. 신고 안 하면 잡혀가나요?
A. 삐라를 발견했더라도 신고 의무는 없다. 다만, 삐라를 소지하거나 나눠주는 것은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저촉될 수 있으므로 주우면 폐기하는 것이 좋다.
만약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경찰(112)에 연락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 국정원(111)에서도 신고를 받지만 실무는 대부분 경찰이 처리한다. 전화 신고 시 삐라 사진과 함께 습득 장소와 시간, 인적 사항을 제시해야 한다. 경찰서나 지구대에 직접 제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순찰차가 출동해 수거하거나 경우에 따라 신고자에게 폐기를 요청하기도 한다. 수거된 삐라는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최종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Q4. 누가 언제 어떻게 어디로 삐라를 보내나?
A. 북한군이 대형 풍선에 삐라를 매달아 날려 보낸다. 심리전 차원이지만 설득보다는 대결과 자극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 살포에 앞장서 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삐라를 매단 풍선은 시한 장치를 장착한 간단한 구조로 풍향과 풍속만 잘 계산하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목적지 반경 1㎞ 내에 살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뭉치째 추락하는 경우는 존재감 과시나 이슈화를 위한 고의 사고로 보인다. 수소폭탄 제조 기술도 갖췄는데 그 정도를 실수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Q5. 삐라 뭉치 낙하로 인한 피해는 어디서 보상 받나?
A. 현재로선 보상받을 길이 없다. 지난 9월 경기 파주시에 사는 김철희(32)씨는 추락한 삐라 뭉치로 인해 차량 유리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일단 본인 비용으로 수리한 후 지자체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김씨는 다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으나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2016년 1월 경기 고양시에서 삐라 뭉치에 파손된 차량도 차주가 직접 자차보험으로 수리했고, 2월 수원시에서 주택 물탱크가 깨졌을 때도 정부 차원의 보상은 없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북한 삐라에 인한 피해를 정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민방위 기본법 개정안이 그해 6월 입법예고 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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