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서울 가산동의 한 스포츠의류 매장. 국내 유명 브랜드가 밀집한 이 매장엔 청소년들로 북적댔다. 특히 운동선수들이 겨울 훈련시 자주 애용하면서 ‘벤치파카’로도 불리는 롱 패딩 코너에 많이 몰렸다. 매장을 찾은 박지영(18)양은 “최근 롱 패딩이 애들 사이에서 유행이라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사려고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은 “작년부터 몸 전체를 덮어주는 롱 패딩이 유행하고 있다”며 자녀에게 패딩을 사주려고 매장을 찾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롱 패딩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 지난해부터 주력 제품으로 선보이면서 유행을 타고 있다.
매출도 증가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롱 패딩 제품의 매출은 이미 전년대비 약 20% 가량 늘었다.
하지만 30만~100만원대의 롱 패딩 구입에 부담을 호소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한동안 유행했던 고가의 노스페이스 브랜드 겨울 점퍼를 겨냥, “비싼 가격으로 부모들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등골 브레이커’ 역할을 이번 겨울엔 롱 패딩이 대신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올 겨울엔 자녀들이 모두 운동선수가 되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히 나도는 이유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10대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지난 7일 “브랜드 롱패딩 아니면 너무 없어 보인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설전이 오고 갔다. 일부 학생들은 “고가 패딩을 입지 않으면 무시당한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7)양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어서 구매를 하게 됐다”며 30만원대 롱 패딩 제품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롱 패딩 열풍을 ‘등골 브레이커’로 치부하는 게 불편하단 지적도 있다. 한 네티즌은 “편해서 사는 건데 조금만 비싸면 ‘등골 브레이커’라고 한다”며 “뭘 사든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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