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유동에서 개인운동코치(헬스트레이너)로 근무 중인 A모(24)씨는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강도 높은 노동은 기본이고 작은 실수엔 여지없이 사장의 폭언이 날아온다. 이렇게 월~토요일까지 일하고 받는 돈은 170만원. 4대 보험 적용과 식비 제공은 다른 사람들의 얘기다. A씨는 “트레이너들끼리 모여 얘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 이런 비일비재 하다”며 “다른 진로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헬스트레이너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신음하고 있다. 임금체불에서부터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노동 강요와 폭언 및 폭행 등을 포함해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서울 망원동에서 10년 동안 헬스트레이너로 일해 온 B모(33)씨는 “폭언은 일상이고 드물기는 폭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그래도 참고 다니는 것은 업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었다가는 불성실하다는 소문이 나서 이 바닥에선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헬스트레이너들의 부당한 대우는 계약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헬스트레이너들의 대부분은 ‘근로자’ 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는다. 이에 따라 근로 계약서 작성 의무도 없고 임금이나 휴가 등의 노동 조건들은 관련법보다도 사업주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컨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은 헬스트레이너들이 수업 시간 이외에 헬스클럽내 청소를 하거나 안내테스크에서 추가 업무를 하더라도 별도 수당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법적인 보호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헬스클럽과 개인 사업자로 계약을 맺은 헬스트레이너도 사업주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노동자로 인정해야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고용노동부 또한 이에 대해 “계약의 형태보다는 실질적으로 트레이너가 사업장에 종속돼 근무를 했으면 근로자로 보고 헬스 장에 시정요구를 하고, 응하지 않으면 검찰에 송치하는 식으로 사건을 처리한다” 고 밝혔다.
하지만 소송은 헬스트레이너들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만약 해당 사업체에 대해 소송을 걸 경우엔 손바닥만한 헬스트레이너 분야에선 아예 떠나야 한다’는 게 이 바닥의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무법인 동인 관계자는 “실제로 헬스트레이너들의 임금 체불 등에 대한 상담 전화가 많이 들어온다”며 “소송을 건다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긴 하지만 헬스 업계 자체에 (개인 사업자로 계약하는) 그런 문화가 고착화 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 고 덧붙였다.
체육 업계 관계자들은 트레이너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퍼스널트레이너협회 관계자는 “트레이너 협회들은 트레이너들의 교육 위주로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중재나 관리가 어렵다”며 “별도 중재 단체가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도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노동 관련 시민 단체인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 잠’ 관계자는 “시민단체에 부당한 처우를 받은 사례들을 모아 제보를 하면 의원실로 넘어가 정책에 반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며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익명으로 제보를 해도 된다” 고 조언했다. 유지윤 인턴기자(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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