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 아이들에게 교육 봉사
청소년 주제 전시ㆍ축제 기획 등
다양한 활동하며 상상력 키워
“교문 밖 경험 책으로 엮고 싶어”
2015년 자율형 공립고에 진학한 정민성(18)군은 1학년 때 반장을 맡고 학교 대의원회의에 참석해 맹활약을 펼친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회의에서 선생님이 강제하는 억압 구조를 없애야 한다고 외쳤다. “교복 착용 시 (카디건만 입어선 안 되고) 재킷을 꼭 입어야 한다든지, 두발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한 것 등의 문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교육 이전에 서로를 존중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요.” 바뀌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다 했다. 그러다 2학년 때 한 친구가 학생회장에 출마하며 부학생회장 제안을 받았다. 민성군과 친구는 학교를 바꿀 꿈에 부풀었다. 선생님과 선도부가 학생을 존중하는 말을 쓰는 규정을 만들고, 두발규제는 없애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곧 벽에 부딪쳤다. “학생부장 선생님이 공약을 보더니 절반 이상을 삭제해 버리시더라고요.” 그들은 낙선했다. 민성군은 절망했다. 끝내 그는 고3에 올라가지 않고 지난해 10월, “삶을 배우겠다”는 말과 함께 학교에 자퇴서류를 제출했다. “교과서는 민주주의를 가르쳤지만 학교는 그것과는 달리 완전한 비민주적 공간이었어요. 비합리적인 환경에서 제대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겠어요?”
자퇴하면서도 아쉬운 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죽은 교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지만 교과서 몇 페이지와 5분짜리 관련 영상과 소감문으로 끝나는 수업시간. “중학교 때부터 교육과정의 80% 이상이 살아있지 않은 교육이라고 느꼈어요. 배우고 싶은 학과목을 맘껏 선택하지 못하고 소 끌려가듯 수업을 듣잖아요. 수업 때 자는 사람도 많고, 학교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아요. 굳이 이런 학교 교육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어요.”
교문 밖으로 나선 민성군은 마음 속에 품었던 배움을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그는 네팔 골리마을에서 어린 아이들의 선생님이 됐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캠프에서 알게 된 청소년문화공동체 품과 함께 한 활동이었다. “산골짜기 마을을 행복한 마을로 바꾸는 NGO 활동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고, 마을에서 나는 식재료로 도시에서 많이 먹는 음식 요리법도 알려줬어요.” 13년 동안 배운 태껸도 10명의 아이들에게 전수했다. “학생이 선생님이 될 수도, 선생님이 학생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서로 배우고 가르침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친구들이 한창 대입수학능력시험 막바지 준비에 정신이 없는 요즘 그는 정독도서관 3층에 마련된 인권과 시민학(민주주의) 수업을 듣는다. 학교 밖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 공동체 ‘공간 민들레’가 마련한 1년짜리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다. 주말에는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에서 청소년들의 메시지를 담은 전시와 축제를 기획한다. 지난달 28일 민성군은 품과 함께 강북구청 앞마당에서 ‘학교 공장’이라는 전시를 기획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배가 그려진 칠판을 보고 ‘배를 그려보라’고 말하면 과일이나 사람 배를 그리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했어요.” 참여했던 60여명의 관객들은 대부분 바다 위의 배를 그렸다. “틀에 박힌 교육만으로는 상상력을 기를 수 없다는 체험이었죠.” 그는 “많은 경험을 통해 넓은 시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진짜 의미”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여행 또는 여러 활동에서 얻은 경험과 배움을 책으로 엮고 싶다고 했다. 대학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나중에 수능을 볼 생각이다.
“10대에 진짜 필요한 배움이 뭐냐고 한다면 저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배움’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이 배움은 내게 왜 중요한가, 나는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가,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나 이렇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심하며 내 생각과 관점을 기르는 게 10대에 꼭 익혀야 하는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몸으로 겪는 경험을 토대로 편견 없는 시야를 기르고 싶습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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