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물고기는 통증 느꼈어도
배고픔 못참아 또다시 미끼 물어
잉어·강꼬치고기 한번 낚인 후
최대 3년간 미끼 회피하기도
낚시 붐 타고 실내낚시터 성행중
뾰족한 낚싯바늘에 수차례 노출
국내 낚시 인구가 700만명을 넘었다. 최근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 설문 결과에서는 취미로 낚시를 꼽은 사람이 등산을 제쳐 이제 낚시는 ‘국민 취미’로 불릴 정도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색 데이트 장소로 실내 낚시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반영돼 TV 프로그램에는 낚시를 독려하거나 실내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기는 방송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미끼를 무는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또 미끼를 물었던 물고기는 기억력이 좋지 않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또 다시 미끼를 무는 걸까.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에서 동물 감응력(Animal Sentience) 부분 이사를 맡고 있는 조너선 밸컴 박사의 저서 ‘물고기는 살아있다’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해 미 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닷컴의 올해의 책, 포브스의 올해 최고의 과학책으로 꼽히며 전문가들뿐 아니라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밸컴 박사는 1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도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수많은 연구결과가 물고기를 다른 육상척추동물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며 “물고기도 나쁜 일을 피하기 위해 탐지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쓰고, 이는 물고기가 통증을 느낀다는 증거다”라고 밝혔다.
사실 물고기는 얼굴 표정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척추동물보다 가치가 없는 것으로 취급되기 쉽다. 실제 밀집사육이나 동물학대를 이유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물고기를 먹는 것엔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낀다.
하지만 밸컴 박사는 “우리가 물고기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실은 편견일 뿐”이라며 ”물고기는 생각과 감정을 가진 사회적 동물로 포유류나 새만큼 애정과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밸컴 박사에 따르면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가 아니다. 한번 낚싯바늘과 낚싯줄에 걸려든 물고기는 ‘갈고리 기피증’을 겪게 돼 정상활동을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잉어와 강꼬치고기의 경우 단 한 번 낚였을 뿐인데 최대 3년 동안 미끼를 회피한 일화도 있다. 그는 “몹시 굶주린 물고기는 설사 통증을 느끼더라도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며 “통증을 망각하고 미끼를 다시 덥석 무는 이유는 식욕이 통증의 트라우마를 압도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성행 중인 낚시카페에 있는 물고기들은 굶주리거나 낚시바늘에 걸리는 고통과 스트레스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매우 고통스러운 환경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금붕어를 경품으로 주거나 야생 낚시 대회를 열기도 하지만, 영미권에실내 낚시카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며 “실내 낚시카페 물고기들에게는 미끼가 아닌 먹이가 제공돼야 하고 방해 받지 않고 수영할 자유와 치료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생선회를 먹기 위해 물고기를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 살을 발라 내는 건 물고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밸컴 박사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이후에도 아가미로 숨을 쉬는 건 일시적 신경체계에 의한 것일 수 있다”면서 “머리가 잘린 이후에도 일정 기간은 의식이 있을 수 있고 이는 동물이 죽을 때까지 고통과 통증을 줄 것이기 때문에 잔인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실제 연어는 물 밖으로 나와 의식을 잃는 데 약 2분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무의식이 될 때까지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밸컴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년 최소 2000억 마리의 물고기를 희생시키며 이 중 98%를 음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특히 양식업을 위해 야생 물고기를 잡아 양식 물고기에게 공급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양식장 물고기들은 밀집사육, 먹이경쟁, 수중 내 기생충, 지저분한 수질에 따른 질병과 신체의 기형, 화학물질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2016년 노르웨이 연구팀은 양식장 내 수많은 어린 연어들이 먹는 것과 도망치기조차 거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연어들의 혈중 스트레스 지수는 매우 높았고, 연구자들은 이를 ‘심한 우울증’으로 결론지었다.
밸컴 박사는 “물고기가 통증을 인지하고 고통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물고기 복지와 관련된 연구와 논의는 이제 걸음마단계”라며 “이제는 물고기를 생각하고 대우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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