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갈라만찬서 각국 정상에게 수 차례 언급
靑, 당시 상황에 “팽팽한 고무줄 끊어지는 느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 8일 국빈 방한 중 비무장지대(DMZ)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이려 했는데, 그게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APEC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베트남 다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APEC 전야제 성격의 갈라 만찬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DMZ 방문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삼삼오오 자유롭게 대화하는 동안 DMZ 방문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고,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에서 들었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 악화로 용산기지로 회항했을 당시에도 숙소로 복귀하자는 참모들의 건의에 다섯 차례나 재고할 것을 요청하면서 용산기지에서 대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 연설에 앞서 문 대통령과 함께 DMZ를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해 DMZ로 향했으나 짙은 안개로 회항했다.
청와대 측은 이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오전 7시1분 헬기를 타고 청와대를 이륙했으나 짙은 안개로 인해 이륙 14분 만에 경기도 파주의 한 육군 항공부대에 착륙했다. 문 대통령은 헬기에서 30분가량 대기한 뒤 7시45분쯤 육로를 통해 DMZ로 향했다. 차량이 출발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마린원이 이륙했다는 미 측의 보고를 전달 받았으나 10분 만에 일산 상공에서 회항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을 수행하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송영무 국방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박수현 대변인은 차를 세운 채 현장 회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어려울 경우 단독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8시 16분께 공동경비구역(JSA) 오울렛 초소에 도착해 전방 상황을 살피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미 측은 우리 측에 약 10분 간격으로 서너 차례에 걸쳐 ‘숙소로 복귀하지 않고 용산기지에 대기하면서 기상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연락을 전해 왔다. 그러나 오전 9시 5분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DMZ 방문이 어렵다는 최종 연락을 받고서야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를 결정했다. 이에 당시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팽팽했던 고무줄이 딱 끊어질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낭(베트남)=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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