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언급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에서 짧은 만남 후 시리아 내전을 무력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자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원하던 북한 문제에 관한 공동 언급은 없었다.
크렘린이 11일 공개한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공동 전선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또 시리아의 주권과 독립성ㆍ영토의 통일성을 보장하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제네바에서 진행중인 평화 회담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성명은 “시리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군사적인 방법은 없고 오로지 정치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성명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함께 작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낭에서 하노이로 향하는 전용기에 동승한 기자들에게 “푸틴과의 합의는 시리아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과의 대화를 “여러 정상이 함께 한 회담 도중 2~3차례 대화했으며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두 정상의 대화나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러시아가 동참한다면 북한 문제도 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우리는 북한 문제 해결에 푸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백악관과 크렘린은 다낭에서 트럼프와 푸틴의 정상회담에 관해 엇갈린 발표를 내놓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가능하고 미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의 공식 양자회담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두 정상은 공식 회담을 하지 않았지만, 10일 저녁 만찬 때도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악수하거나 서로 등을 두드리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CNN방송은 백악관이 푸틴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담을 피한 이유로 우크라이나ㆍ시리아ㆍ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이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강조해 미국 언론의 빈축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 후 같은 발언을 했고 범인에게 범죄를 저질렀냐고 물어보는 격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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