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말 그대로 얼음의 땅, 중국어로는 빙도공화국(冰島共和國), '얼음 섬'이다. 그러나 실제 아이슬란드는 얼어있지 않다. 위도가 높아 북극과 가깝긴 하지만 따뜻한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흘러 연중 온화한 편이다. 여름에는 오히려 시원하고 건조하다. 겨울에는 바람이 다소 강하지만 생각만큼 춥지 않다. 기록상 가장 기온이 높았던 때는 1939년 6월 22일로 30.5도를 기록했고, 1918년 1월 22일 영하 38도가 최저기온이었다.
"바위산의 만년설과 구름의 경계가 없는 하늘, 지열을 견디지 못하고 둥둥 떠올라 바다로 흘러가는 빙하들, 들쭉날쭉 펼쳐진 해안선, 뱀이 기어가듯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수많은 구릉들,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마그마 지대의 빙산ㆍ온천ㆍ간헐천, 우글거리는 화산과 용암으로 뒤덮인 황무지의 웅장하고 거친 절경,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빛의 섬광 오로라, 영겁의 세월을 버틴 얼음 대지, 곳곳에 보이는 폭포 등 거대한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과 그 숭고함.”
친구의 소개로 시규어로스(Sigur Ros)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었다. 평화롭고 따뜻하고 몽환적인, 신비롭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음악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그들의 출신지인 아이슬란드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그곳을 묘사한 이 가슴 벅찬 구절을 읽게 되었다. 만약 다시 태어나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꼭 아이슬란드에서 결혼식을 올리리라 결심했다.
1. 점점 자라나는 섬
아이슬란드는 대서양 중앙 해령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지금도 땅이 생겨나는 중이다. 반면, 태평양의 섬들은 온난화의 영향과 이 조산운동 때문에 점점 가라앉고 좁아지고 있다. 물론 생겨난 땅은 또 그만큼 침식에 의해 사라지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땅이 매년 1cm 정도 늘어나고 있다. 고작 1cm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게 쌓이고 쌓이면 수억 년 뒤에는 아이슬란드가 거대한 대륙이 될지도 모른다. 케플라비크 공항 근처에 ‘행운아 레이프 다리(Leif the Lucky Bridge)’ 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이라 ‘두 판에 걸친 다리’라 불린다.
2. 대한민국과 면적이 가장 비슷한 섬
아이슬란드의 국토 면적은 10만3,000㎢로 세계에서 대한민국(10만210㎢)과 가장 비슷한 크기다. 면적 순위에서 108위로 대한민국 바로 위에 있다. 그러나 인구는 고작 33만명 정도로 강원 원주시와 비슷하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섬이라 날씨가 변덕스럽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날씨가 바뀐다. 햇빛이 쨍쨍했다가 갑자기 비가 오고, 미친 듯이 눈이 내리다 반나절만 지나면 해가 돋는다. 북부 아쿠레이리의 경우 연간 일조시간이 1,042시간 밖에 안 된다. 날씨 안 좋기로 악명 높은 런던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물론 일조시간이 840시간에 불과한 인근의 페로제도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3. 온천으로 농사짓는 섬
변덕스러운 날씨야 섬이니 그렇다 치고, 기온으로만 보면 1년 내내 가을에서 초겨울 정도라 살기에는 나쁘지 않을듯한데, 농사에는 최악의 환경이다. 일단 인구밀도가 낮으니 부양 능력이 떨어져 식량조달은 보통 어업이나 목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온천을 이용해 온실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나라 전체가 화산암으로 되어 있어 지열이 높고 땅을 파면 어지간한 곳에서는 온천이 나온다. 당연히 이 나라의 전력생산 1위도 지열발전이다. ‘간헐천’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인 게이시르(geyser)는 아이슬란드어다.
4. 썩지 않는 햄버거가 있는 섬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를 선언한다.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도 비용상승과 이윤 감소를 이유로 철수해 버린다. 그러나 지금의 수도 레이캬비크에는 '아이슬란드 최후의 맥도날드 햄버거'라 불리는 딱 하나의 햄버거가 남아있다. 맥도날드 폐업 하루 전인 2009년 10월 30일 조르투르 스마라슨이라는 사람이 기념으로 소장하기 위해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산다. 3년 후 열어보니 놀랍게도 썩지 않고 상태가 그대로였던 것. 그는 이 버거 세트를 아이슬란드 국립박물관에 기증했고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버스 호스텔 레이캬비크'에 전시되어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신기한 사건이지만, 이는 아이슬란드의 기후가 건조하고 서늘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과도한 방부제 논란이 일자 맥도날드 본사는 이 현상에 대해 "음식 자체나 주위에 충분한 습기가 없다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5. 전국민이 작가인 섬
문맹률이 낮은 국가 상위 5개국은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 순이다. 문해율 99%에 육박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책도 많이 읽지만, 많이 쓰기도 한다. 출간되는 책의 수는 1,000명당 2.8권으로 독일 0.8권, 영국 0.6권, 미국 0.4권에 비해 휠씬 높다. 아이슬란드의 소설가 솔비 비요른 시구르드손은 BBC와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는 스토리텔링의 나라"라면서 "어둡고 추운 밤에 이야기를 지어내고 들려주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일이 있었겠는가"라고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독서광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가벼운 읽을 거리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출판업계 전문지 북셀러닷컴은 "경제위기부터 화산폭발에 이르기까지 어떤 주제든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방송보다 책을 통해 정보를 얻기를 좋아한다"고 평했다. 한 예로 아이슬란드를 강타한 경제위기의 원인을 파헤친 ‘의회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가 2010년 출간되자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난해한 내용에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문해율이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교육제도와 관련이 있을 텐데, 아이슬란드에서는 16세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받게 되며, 대학교 과정까지 수업료가 무료다. 중등과정에선 아이슬란드어 외에 덴마크어나 영어를 배운다. 또 20년 전부터 이북(e-book) 등을 이용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6. 은둔자 엘프가 사는 섬
신화 속의 요정 엘프를 'Huldufólk(숨어있는 사람들)'라고 부르며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이들이 어디에 숨어 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도로를 개발할 때나 건물을 세울 때 늘 조심스럽다. 바위틈이나 풀밭에 살고 있을 엘프들을 위해 집이나 교회까지 지어주는 일도 흔하단다. 마치 스머프가 실제 살고 있다고 믿고 이들을 위해 버섯 집을 지어주는 것과 비슷한 일이니 외부 사람들 눈에는 황당하게 보일 법하다. 실제 건물을 세우기 위해 바위를 없애려 한 시공사가 패소한 일도 있었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약 62%가 엘프의 존재를 믿으니 요정들의 바위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 결정한 판례에 따른 것이다. 결국 바위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나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7. 성(姓)이 없는 사람들의 섬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이름에는 성(姓)이 없다. 이름을 보면 남자는 대부분 ‘손(son), 여자는 ‘도티르(dóttir)’로 끝난다. 성이 대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남자면 아버지의 이름에 ‘~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son, 여자면 ‘~의 딸’이라는 의미의 dóttir가 붙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대 노르만족이 이름을 짓는 방식이었다. 한국도 옛날에는 '누구 아들', '누구 딸'로 아이의 이름을 부르곤 했으니 그리 낯설지는 않다. 성을 갖고 있는 아이슬란드인도 일부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외국계 성을 사용한 경우다. 1925년까지는 성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성을 물려받기만 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이름은 작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이슬란드어에 융화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함이다. 아이슬란드어의 격변화에 따라서 이름을 바꿔 부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어에서 사용하는 글자만 허용된다. 아이슬란드로 귀화를 한 경우에는 본래 성을 유지할지, 아이슬란드식으로 이름을 지을 지 선택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어는 몇 세기 동안 원형 그대로 보존돼왔기 때문에 아이들도 고서적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8. 사촌과 결혼할 수 있는 섬
이름에 성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자체 인구가 적고, 외부인의 유입도 적었던 터라 예전에 아이슬란드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인척 관계였다. 문제는 성을 쓰지 않기 때문에 친척인지 알기 어려워 의도하지 않았지만 친척끼리 연인관계를 맺거나 결혼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내친김에 사촌간 결혼을 합법화해 버렸다. 사촌간 매춘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등 황당한 상황을 방지하고자 상대방이 친척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앱이 개발되기도 했다. 현재는 이민자가 많이 늘어나 인구의 6.7%(2013년)를 차지한다. 폴란드인(43.7%), 리투아니아(7.4%), 덴마크(4.2%), 독일(3.9%), 라트비아인(3.1%) 순서로 이민자 인구가 많다.
9. 가장 예쁜 여자와 가장 멍청한 남자들이 사는 섬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아이슬란드 여자는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지만 아이슬란드 남자는 모조리 머저리'라는 농담이 있다. 북유럽에서 가장 늦게 독립한 데다가 경제위기도 겪고, 워낙 국력이 약해서 남성 위정자들을 비꼬기 위해 나온 이야기라고 한다. 실제 아이슬란드에는 인구대비 미녀가 많다. 미스월드 대회에서 아이슬란드 출신이 네 번이나 우승을 했다. 반면 아이슬란드에서 유명 남성들의 경우, 지적 분야 보다는 건장하고 강한 외모로 승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욘 폴 시그마르손(Jon Pall Sigmarsson)이라는 남성은 ‘가장 강한 남자 컨테스트’에서 네 번이나 우승했다.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남자인 셈이다.
▦아이슬란드 여행 팁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케플라비크에 국제공항이 있다. ‘아이슬란드에어’가 유럽의 큰 도시와 미국으로 취항한다. 국적기라 비싸다. 저가 항공사인 ‘아이슬란드 익스프레스’는 날짜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잘 맞춘다면 런던 또는 글래스고에서 편도 15만원에 갈수 있다. 런던에서 비행시간은 3시간, 기내 음식은 모두 판매한다.
배를 이용하면 동부의 세이디스피외르뒤르에 정박한다. 4~10월, 매달 네 차례, 덴마크의 한스트홀름에서 출발한 카페리선이 노르웨이 베르겐을 거쳐 아이슬란드까지 운항한다. 유럽에서 차나 오토바이, 캠핑카를 싣고 갈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인구의 3분의 2 정도가 레이캬비크와 그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여행객들은 주로 렌터카를 이용한다. 현지 여행은 레이캬비크의 공식 여행정보센터인 ‘가이드 투 아이슬란드(guidetoiceland.is)’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아이슬란드 현지 여행업체 연합으로, 600여개 이상의 로컬 업체들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DaisyParkKorea@gmail.comㆍ사진제공 가이드 투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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