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 재확인
“모든 분야 교류협력 정상화” 합의
사드ㆍ경제보복ㆍ북핵 등 과제 여전
靑 ‘쌍중단’ 거론 여부 답변 피해
中 외교부 “관계 복원” 공식화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하는 데 합의하는 등 한중관계 복원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경제보복 해제와 북핵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내달 정상회담의 과제로 남겨 두게 됐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회담 결과 관계복원 추진엔 의기투합했지만 사드에 대해선 여전히 봉합된 상황임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회담 초반 사드에 대한 우려를 전했고, 문 대통령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측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측은 이에 “10월 31일 양국 간 사드 공동발표문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한 양국 입장을 확인한 뒤엔 현 상황에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회담 결과에 대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긍정 평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양 정상은 또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에 공감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각급 차원의 전략대화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론적인 수준의 합의일 뿐 북핵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화를 교환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쌍중단(雙中斷ㆍ북핵ㆍ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 드릴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 관계인 미국이 쌍중단 제안에 부정적인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균형 외교’가 내달 회담에서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선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해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화하기로 한 이번 회담 결과가 중국 내부에 (보복 해제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한중관계 복원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양국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도 “한중관계가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중국 최대 쇼핑데이인 광군제(光棍節: 독신자의 날)를 맞아 한류스타 전지현씨가 등장했고, 지난 3월 이후 금지된 한국 단체관광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점차 확산되는 등 관계 복원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낭(베트남)=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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