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협력을 촉구하며 관계 증진을 위한 ‘러브콜’을 보냈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트럼프 정부가 점차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집중 논의할 만한 공식 회동은 이뤄지지 않아 러시아의 대북입장이 미국의 의도대로 변화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 후 하노이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우리를 돕는다면 그(북한) 문제는 훨씬 빨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의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한 질문에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화제를 바꾼 뒤 “북한에 관해 그(푸틴)는 우리를 정말 많이 도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의 대북 송금 제한 등 제재 내용을 되짚으며 “중국은 우리를 돕고 있다”고 말한 후 “러시아도 우리를 도우면 현재 우리의 최대 과제인 북한 문제는 훨씬 빨리 사라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과 함께 “우리는 수백만명의 목숨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들 장난이 아니라 진짜 큰 사건”이라며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북 압박 공조에 있어 ‘중국과 미국은 함께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러시아에도 협조를 구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푸틴 대통령과의 공식회동은 불발됐다. 둘은 이날 시리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을 내놓았으나 직접 발표하진 않았으며, 실제 만남은 정상회의 일정 도중 나눈 ‘반짝’ 대화가 전부였다. 현재까지 공개된 만남은 전날 정상회의 기념촬영 중 나란히 서서 나눈 대화와 이튿날 회의장에서 마주쳐 악수하며 귀엣말을 한 것, 그리고 두번째 기념촬영을 위한 이동 중 대화한 순간 정도다.
짤막한 대화 중에도 북한 핵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APEC 행사 후 기자들에게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세한 대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계속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대신 APEC 행사 참석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입장은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양국의 공통 입장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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