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부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2일(현지시간) CNN TV쇼 ‘스테이트 오브 유니온’에 출연, 지난해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한 일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경시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가 자신을 갖고 놀도록 내버려 두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고, 경악스러우며,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면서 명백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에 대한 욕구를 이용해 ‘러시아는 미국에 해로운 일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는 너무 순진하거나 무지하고 두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을 만나) 다시 물어봤더니 그는 우리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클래퍼 전 국장, 브레넌 전 국장, 제임스 코미 전 국장 등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정보수장 등을 ‘정치꾼(political hacks)’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발언을 놓고 ‘푸틴 옹호’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기관을 지지한다”면서도 “(과거 정보당국자가 아닌) 리더십이 있는 현재 정보기관을 특히 믿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브레넌 전 국장은 “비판을 한 인물을 감안하면, 그 비판은 영예로운 훈장”이라며 신경전을 계속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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