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결과적으로 군사 충돌 피해”
사고 발생 20분 뒤에 보고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전을 포함한 상황 악화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국방 당국의 입장이지만 북한군이 권총과 AK소총으로 40여발을 발사하는 동안 일절 대응 하지 않은 게 적절했냐는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JSA 작전을 관할하는 유엔사 교전수칙에 따르면 북한 군인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뒤에도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즉각 대응 사격을 가해야 한다. 유엔사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귀순병을 뒤쫒던 북한군 4명은 귀순병이 남쪽으로 도주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귀순병이 MDL을 넘은 뒤에도 총격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분명한데도 우리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국방 당국은 북한군의 사격에 응사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몇 초 되지 않는 순간에 상황을 판단해 (위기를)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도 “자위권 차원의 대응사격은 필요성·즉시성·비례성 등 3가지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데, 총성이 들리고 무장병력들이 활동하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이 같은 원칙을 확인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전방 경계 초소는 북한군의 무장에 따라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JSA 대대장 등 후방 병력은 전투 채비를 하고 있었다”며 당시 경계 태세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JSA 작전 지휘권 구조 상 우리 군이 즉각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SA 경비 임무는 2004년 11월 주한미군에서 우리군으로 인계됐지만 작전권은 여전히 유엔사 경비대대(미군)에 있다. 확전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당연히 미측의 몫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병력이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할 수 있지만 당시는 우리 병력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보고 지연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JSA 현장의 상황은 당일 사고 발생 20분 뒤에나 합참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국회 국방위에서 “상황보고가 조금 지연된 것은 사실”이라며 “장관님이 예결위에 출석하고 계시는 데 저를 포함 실무진에 과오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송 장관도 “책임자에게 ‘변명하지 말라’고 한 마디 했다”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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