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결국 불참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인 1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이날 예정된 EAS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오후 3시20분(현지시간)쯤 급히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AS 시작 전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회의장 앞 로비에 깜짝 등장해 “지금 비행기로 가서 워싱턴으로 출발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EAS) 행사가 3시간 지연됐다”고 이유를 밝힌 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자들과 오찬에서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고 내가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EAS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EAS 참석 계획은 이번 순방이 시작되기 전부터 계속해서 잡음을 일으켰다. 당초 ASEAN과 한ㆍ중ㆍ일 정상이 모두 모이는 이 회의에 불참하려고 했으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해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순방을 떠나는 지난 3일 그는 백악관에서 전용헬기 ‘마린 원’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필리핀에서 하루 더 머물게 될 것”이라며 돌연 EAS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또다시 이를 번복한 것이다.
외교적 결례라 할 만한 ‘고무줄 일정’을 연출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엄청난 성공”이라고 자평하며 마무리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남에서 아시아 순방에 대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던 12일이었고, 다수의 최고위급 친구들을 사귀었다”며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순방 성과로 “3,000억 달러(약 335조원) 규모의 거래가 체결됐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개 방문국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도 되짚었다. 그는 “외국인은 의사당 안에서 좀처럼 연설할 기회가 없다고 알고 있다”며 “한국은 우리에게 아주 잘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무역, 그리고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북한 문제를 가장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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