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패권 다툼에 끼여…”
한국 측, 외교 딜레마 우려에
“한국, 美 눈치 보는 것이 문제”
중국 측은 대화와 소통을 강조
“북핵 해결ㆍ동북아 평화 위해
한중 간 협력 중요” 한목소리
한국일보 주최로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7 차이나포럼’ 행사 중 하나로 ‘한ㆍ중 수교 25주년 성과와 의미’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중 관계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양국 학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한국 측 학자들은 주요2개국(G2) 패권다툼에 낀 한국 외교가 처한 딜레마 상황에 초점을 맞추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와 같은 갈등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반면 중국 측 학자들은 한중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돼 왔음에도 여전히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본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양국 학자들은 그러면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과 동북아지역 내 평화를 위해서는 한중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전략적으로 연계하면 보다 큰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심윤조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사회)=한중 관계가 25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다 작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급냉해 급전직하했고, 최근 봉합되면서 새로운 관계발전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도전국 중국 간의 경쟁과 대립이 심화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연상시킨다. 한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불일치가 구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박근혜ㆍ이명박 정부에서도 한중ㆍ한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 외교가 한미 동맹으로 모든 것을 풀 수 있다는 이른바 한미동맹 환원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동시에 한중 관계에서도 우리의 전략적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하는 지렛대를 가지려면 ‘패키지 딜’이 중요하다. 협상 테이블에 모든 문제를 올려 놓고 조합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국제정치의 판이 움직이고 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데 72년 걸렸다. 중국으로 패권 전이가 2028년쯤 있을 것이란 말이 있다. 앞서가는 예측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유효하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등이 포함된 ‘키신저 해법’이 회자되는 것이 방증이다. 우리 외교는 당신은 우리편이냐 아니냐를 묻는 딜레마 상황에 반복해 놓이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꺼낸 ‘인도ㆍ태평양’ 개념도 한국 정부를 딜레마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쉬홍차이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부총경제사=중국은 19대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추구해야 하는 것은 구동화이(求同化異ㆍ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의 정신이다. 사드 문제는 중국의 중대한 전략적 관심사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여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상황을 한국이 진지하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전략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문제다. 대화ㆍ소통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가라서 그런지 실무적 방식을 택해 통상ㆍ금융 등 협력 루트를 확대하면서 이견을 해소해 나가고 마찰을 줄여가고 있다. 이것이 가장 주요한 방법이다.
류더빈 길림대 공공외교학원 원장=평양에 가면 비행기가 몇 대 없지만 인천에 가면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가 엄청 많다.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 경험이 똑같이 볼 수는 없지만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북중 관계는 반대다. 사드 문제가 신속하게 해결된 이유는 상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중 간에는 이익공동체ㆍ책임공동체에 더해 반드시 안보공동체 프레임이 구축돼야 한다. 한중 관계가 더 발전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쉬홍차이 부총경제사=중요한 것은 전진이다. 주요20개국(G20) 등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협력을 위한 기초를 찾을 수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 등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으로 금융분야 협력을 확대한다면 서울에 인민폐(위안화) 금융허브를 건설할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런 우호 협력 분위기를 안보 환경 분야로 확대하면 좋겠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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