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땐 깊이 15㎞ 규모 5.8
이번엔 깊이 9㎞ 규모 5.4
세기 약해도 곳곳서 진동
15일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보다 세기가 작지만, 진앙 깊이가 얕아 체감되는 진동은 경주 지진과 비슷하거나 더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12일 경주 지진은 진원 깊이가 15km 부근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포항 지진의 진원 깊이는 지표면 아래 9km에 불과했다. 지진 피해는 진원의 깊이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진원이 깊으면 에너지가 지표면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의 규모가 5.0 이상일 경우 규모가 0.2 커질 때마다 2배의 영향력이 있다고 분석하는데, 이번 지진은 경주보다 진원이 얕아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피해규모는 경주 때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반의 암반 파쇄가 적어, 진동의 전파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재관 서울대 지구공학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나라는 그 동안 비교적 단층활동이 적었던 만큼 암반 파쇄가 덜 돼 지진파의 영향이 각 지역으로 멀리 전파가 된다”며 “한반도의 암반은 화강암이어서 작은 지진에도 큰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청의 진도분포 분석 결과 서울 지역도 규모 2의 진도가 감지됐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지진원 깊이는 한반도에서 주로 관측된 지진의 깊이보다 깊은 편이어서 숨은 단층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원의 깊이가 9km라는 건 단층이 쪼개진 위치를 말하는 것인데, 이전에 한반도 발생 지진들이 보통 지하 5km에서 단층이 쪼개져 발생했다”며 “현재까지 연구로 관측된 단층이 아닌 숨은 단층이 많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수개월 간 여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진이 크고 작게 발생할 수 있지만, 여진의 강도는 예측하기 어려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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