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원인ㆍ전망
기상청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 주장”
영남 관통하는 단층 활성화 우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
한반도 움직이면서 지진 유발
한반도, 특히 영남권에서 잦아진 지진으로 발생 원인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반도 단층의 ‘활성화 현상’에 더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2시간여만에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이 지난해 경주 지진과 마찬가지로 양산단층의 활성화로 인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부터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이어지는 약 170㎞의 긴 단층대로, 살아 움직이는 ‘활성단층’이라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없이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경주뿐 아니라 포항도 이 양산단층을 지난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영남권에 활성단층이 많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지진이 잦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사단층이 양산단층과 인접해 있을 뿐,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어느 단층에서 이번 지진이 발생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번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 지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지진으로, 이후 한반도 지각이 움직이면서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인 응력이 쌓여 지진이 잦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호 지질자원연구원 지진화산센터장도 “동일본 대지진 후 우리나라의 지각이 일본 쪽으로 계속 끌려가는데 동쪽은 먼저, 서쪽은 느리게 가면서 땅속 응력의 균형 상태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포항 지진은 비교적 얕은 9㎞ 깊이에서 발생해 지표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큰 만큼 여진 역시 규모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날만해도 오후 9시 현재 총 27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특히 본진 발생 2시간여 뒤인 오후 4시49분 발생한 9번째 여진은 규모 4.3으로 상당히 큰 규모였다. 다만 인근 지역으로 지진이 번지지는 않았다. 경주 지진의 여진은 지금까지 640회를 기록했고, 규모 4.0∼5.0 미만 지진이 1회 3.0∼4.0 미만 21회로 제법 큰 규모의 지진도 여러 번 일어났다. 규모 3.0부터 실내에 있는 사람들이 지진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5.0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통상 수개월간 여진이 있다”며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규모를 더 뛰어넘는 강진이 찾아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일본과 달리 판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어 지진에서 다소 안전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1년 2개월 만에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강진 발생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홍 교수는 “이번 포항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응력이 다시 진앙지의 북동, 남서 방향으로 쌓이고 있기 때문에 경주와 포항 사이 지역에서 또 다시 큰 지진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특히 “양산단층 외에도 울산단층, 동래단층 등 인근에 위험한 단층들이 많아 우리나라도 이제 7.0 이상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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