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도 여진 계속 돼… 집 떠나 체육관에서 밤 지새
한동대생들은 ‘헬멧’도 비치
15일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규모 5.4 지진으로 ‘대혼란의 낮’을 보낸 포항 시민들은 해가 진 뒤에도 여진의 공포 속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야 했다. 전기와 수도, 가스가 끊긴 집을 떠나 체육관과 교회 등의 대피소에서 밤을 지샌 시민들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무엇보다 여진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16일 새벽 1시 30분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여진이 일어나자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체육관에 대피한 1,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술렁였고 일부는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회사원 여두언(51)씨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피해 있다가 이곳으로 왔는데 아이들이 여진이 날 때마다 무서워해서 날이 추워도 집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상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종숙(54)씨는 “지진 속보를 듣고 일하다가 집으로 갔는데 벽에 금이 가 있고 아이들 방에 물건들도 쏟아진 상태”라며 “너무 불안하고 머리가 아파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모(55)씨는 “잊혀질 만 하면 지진이 나서 심한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며 “작은 소리만 나도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애(52) 흥해읍사무소 주민복지팀장은 “이 지역에 지어진 지 25~30년이 넘는 노후된 아파트가 많아서 새벽 시간대에도 ‘무서워서 잠 못 자겠다’고 대피소로 오는 분들이 많다”며 “읍사무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 40여명이 800인분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 2시가 넘어 체육관 실내 불은 꺼졌지만 주민들은 잠들지 못하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진 공포를 이겨내고 있었다.
건물 외벽이 무너질 정도로 지진 피해가 컸던 한동대 학생 130여명은 북구 소재 교회에 피신해 있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과제를 하면서 밤을 지샜다. 박정배(21)씨는 “낮에는 학교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며 “감사하게도 교회에서 장소를 마련해줘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곳으로 왔는데 혹시 더 큰 지진이 나면 나갈 비상구까지 서로 파악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학생회 간부와 교직원이 남아있는 한동대 생활관(기숙사)에는 복도에 간식ㆍ이불과 함께 비치돼 있는 헬맷 10여개가 눈에 띄었다. 이종만 생활관 운영팀장은 “작년에 경주 지진이 발생한 이후 건물 별로 헬맷과 손전등을 비치해뒀다”며 “낮에 학교 피해가 워낙 심해서 530명이 생활하는 생활관에 현재 20여명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포항=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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