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막차로 본선 32개국 확정
내달 1일 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
개최국 러시아 톱시드 배정으로
강호 스페인 2번으로 밀려
한국이 한 번도 못 이긴 천적
일단 스페인은 피하고 보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팀이 모두 정해졌다. 페루가 16일(한국시간) 뉴질랜드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2차전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페루는 1,2차전 합계 1승1무로 뉴질랜드를 따돌리고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며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36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본선 조 추첨은 내달 1일 자정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다.
32개국을 4개국씩 A~H조까지 8개 조로 나누는데 이에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달 랭킹을 기준으로 1~4번 포트에 들어갈 팀을 정했다. 개최국 러시아와 1~7위 팀이 톱 시드인 1번 포트고 그 뒤 랭킹에 따라 8개국씩 2∼4번 포트에 자리한다. FIFA 랭킹이 62위로 32개국 중 30번째로 낮은 한국은 당연히 4번 포트다. 포트별로 1개국씩 뽑아 8개 조에 편성하는데 유럽을 제외하면 같은 대륙 국가가 한 조가 될 수 없다. 유럽 국가도 한 조에는 최대 두 팀까지 들어갈 수 있다. 냉정히 말해 1~3포트 팀 중 한국에 쉬운 상대는 없다. 오히려 상대국들이 모두 한국을 1승 상대로 점 찍고 같은 조가 되길 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죽음의 조’와 ‘행운의 조’는 있기 마련. 일단 2번 포트의 스페인과 함께 묶이면 최악이다. 스페인은 FIFA 랭킹이 8위지만 러시아가 개최국 자격으로 톱 시드를 받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밀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유럽 지역예선에서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조 1위를 차지했고 최근 평가전에서 코스타리카를 5-0으로 대파하는 등 A매치 16경기(12승4무)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얄궂게도 스페인은 한국과 월드컵에서 인연이 깊다.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연속 같은 조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8강에서 만났다. 당시 한국은 승부차기(공식 기록은 무승부) 끝에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올랐다. 월드컵 역대 전적 2무1패로 한국이 한 번도 못 이겼다.
2010년과 2012년, 지난 해 3차례 평가전에서도 0-1, 1-4, 1-6으로 다 졌다. A매치 통산 전적이 2무4패다. 한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올림픽(2패), 20세(1무1패), 17세(1무2패) 등 각급대표팀을 통틀어서도 승리가 없다. 1번 포트의 브라질, 2번 포트의 스페인과 한 조가 되는 상상은 아찔하기만 하다. 여기에 3번 포트에서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나 스웨덴이 들어오면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1번 포트의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나 아르헨티나, 2번 포트의 잉글랜드도 만나고 싶지 않은 팀들이다.
1번 포트에서 폴란드나 개최국 러시아, 2번 포트에서 페루나 스위스, 3번 포트에서 세네갈이나 튀니지 등 아프리카 팀들과 속하는 게 그나마 수월한 조 편성이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이룰 정도로 막강한 전력의 톱 시드 팀과 같은 조가 되고 한국과 나머지 두 나라가 한 장 남은 16강 진출권을 다투는 형국이 오히려 유리할 거란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브라질-스위스-이집트, 독일-페루-코스타리카 등의 조합이다. 이 경우 한국은 2위를 목표로 톱 시드 외 두 팀과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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