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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L체크] ‘경주 지진=북한군 소행’ 가짜뉴스, SNS 재확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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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L체크] ‘경주 지진=북한군 소행’ 가짜뉴스, SNS 재확산 이유는?

입력
2017.11.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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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 온라인에서 돌았던 ‘북한 특수부대 소행설’ 게시물이 포항 지진이 일어나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 온라인에서 돌았던 ‘북한 특수부대 소행설’ 게시물이 포항 지진이 일어나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번 포항 지진이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 아니냐’는 취지의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게시물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발생 직후 처음 SNS에 퍼졌다가 1년만에 포항 지진을 맞아 또다시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경주 지진은 북한군 특수대원들이 휴전선에서부터 350㎞ 길이 땅굴을 파고 경주 핵발전소 지하 10㎞ 지점으로 침투해 터뜨린 1만 톤짜리 폭약이 원인인데, 포항 지진도 비슷한 과정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 게시물은 사실 ‘둥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시민운동가 박성수씨가 지난해 9월 경주지진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풍자하는 게시물로 배포한 것이다. 박씨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경주 지진이 북한의 5차 핵실험(지난해 9월 9일) 여파일지 모른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이를 비꼬려 만들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이 게시물을 여기 저기 나르면서 ‘한반도 지진 북한군 소행설’ 루머가 전방위로 확산된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1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게 사실이라면 북한 특수부대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굴착 기술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전 세계 광산업자들이 북한군을 스카우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간이 기계를 통해 지표면을 뚫고 들어간 최대 깊이는 30㎞고, 그 가운데서도 인간이 직접 들어간 최대 깊이는 9㎞다. 하지만 ‘경주 지진 북한군 개입설’은 북한 특수대원들이 이보다 1㎞ 더 파고 들어가 경주에 침투했다고 이야기하는 셈이다.

설령 지하 10㎞ 지점에서 폭약을 터뜨렸다고 해도, 이런 식의 인공 지진은 자연 지진파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게 홍 교수 설명이다. 그는 “폭발로 인한 인공 지진의 파동은 자연 지진의 파동과 전혀 다른 모양을 갖고 있다”며 “두 파동을 착각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성수씨 페이스북
박성수씨 페이스북

뜬소문 중에서도 뜬소문인 ‘지진 북한군 소행설’이 생명력을 쉽게 잃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아직도 있어서다.

한 네티즌은 지난 15일 극우성향을 띄는 지만원 박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시스템 클럽’에 ‘포항 지진까지도 의심스럽다’는 제목으로 ‘갑작스러운 포항 지진이라. 혹시 땅굴 침투 핵실험은 아닐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1,800회 넘게 조회됐다. 공식적으로 ‘지진 = 북한군 소행설’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땅굴 찾기에 혈안인 시민단체도 존재한다. 이런 반응에 대해 땅굴 탐지 책임이 있는 국방부는 지난 2015년 제작한 ‘남침땅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팜플렛에서 ‘저희가 눈뜬 장님입니까?’라고 강하게 반문한 바 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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