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지진 없었던 수도권
응력 축적돼 앞으로 강진 올 수도
“역사지진 분석만으로 예측 한계
활성단층 연구 절실” 목소리도
한반도에서 규모 7.0 가량의 대형 강진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남권만이 아니라 수도권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떤 근거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이런 경고를 내놓는 전문가들은 실제 관측된 계기지진 자료에는 담기지 않은, 과거 역사서를 바탕으로 한 역사지진 분석을 토대로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 역사지진 살펴보니
17일 기상청이 2012년 발간한 ‘한반도 지진역사 기록’에 따르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역사 문헌에 기록된 2,161차례 지진 중 진도 5(규모 4.9 추정) 이상 지진은 440회(20.3%)였다. 진도 8~9(규모는 6.7 추정)의 강진도 15회(0.7%)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지진은 779년 신라 혜공왕 15년 3월에 발생한 것으로 삼국사기에 ‘경주에 지진이 있어 민옥이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명’이라는 기록이 있다.
규모는 지진의 강도를 절대적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며, 진도는 지역에 따라 느껴지는 진동의 세기 또는 피해 정도를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다. 이번 경북 포항 지진은 규모 5.4였지만, 진도는 전국에 걸쳐 2~6으로 나타났다.
지진학계는 문헌의 서술을 바탕으로 위치와 진도를 추정한다. 가령, ‘큰 길이 찢어지고 갈라짐’ ‘모래가 솟아오름’ ‘성첩이 다수 무너짐’ 등이 서술되면 진도 8~9로 분류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43년 ‘울산에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와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있는데, 해일이 뒤따른 지진으로 평가된다. 1보는 6주척(周尺ㆍ길이를 나타내는 자의 한가지) 정도다. 1주척은 약 20㎝로, 6주척은 1.2m 가량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향후 에너지가 쌓이게 되면 과거처럼 더 큰 규모의 지진도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시대마다 건물 양식이나 도시 형태에 따라 피해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축소ㆍ과장된 기록이 있을 수 있다”며 “연구자마다 진앙이나 진도, 규모 평가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위험이 과대평가 될 수 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수도권도 응력 축적 중?
지진학계는 최근의 지진이 영남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지만, 오히려 응력(스트레스)이 축적되고 있는 수도권에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1905년까지 역사지진 기록을 보면 수도권의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데, 관측이 가능한 1978년 이후로는 큰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힘이 누적돼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응력을 쌓고 있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태경 교수도 “경북 지역은 양산단층을 따라 솟아오른 해성퇴적층으로 약한 지층이어서 응력 분출이 빨랐지만, 수도권 일대 경기육괴는 강한 암반이어서 응력이 쌓일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며 수도권도 지진 발생 위험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역사지진 만으로의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진 예측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가령 ‘A지역은 10년 이내에 지진이 발생할 확률 65%다’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위험 정보가 안내된다”며 “현재로서는 활성단층 연구를 통해 공신력 있는 자료를 만드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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