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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으로 기준 낮추면 30세 이상 절반이 고혈압 환자”

입력
2017.11.20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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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환자 1,652만명… 65% 늘어날 듯

대한고혈압학회 “내년 초 진단 기준 변경”

미국 학회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으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우리나라도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현재보다 65%나 늘어난 1,65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학회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으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우리나라도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현재보다 65%나 늘어난 1,65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최근 내놓은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50.5%가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병학회 등 11개 관련 학회는 최근 고혈압 환자 기준을 혈압 ‘140/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도 내년 초 미국 새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 기준을 낮출 전망이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32%(남자 35.1%, 여자 29.1%)가 고혈압 환자였다(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그런데 미국의 새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50.5%(남자 59.4%, 여자 42.2%)가 고혈압으로 진단받게 된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대병원장)은 “현재 고혈압 환자는 1,001만8,000명이지만 미국 새 기준을 적용하면 650만명이 늘어난 1,652만7,000명”이라며 “내년 초 우리나라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미국, 고혈압 기준 130/80으로 낮춰

미국심장학회와 심장병학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연례회의에서 지난 3년간 전문가 그룹이 9,000여건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수축기(최고) 혈압이 130㎜Hg에 도달하면 심장 질환 위험이 2배로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고혈압 기준을 140/90㎜Hg에서 130/80㎜Hg으로 하향 조정했다. 11개 관련 미국학회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심장학회는 최고 혈압이 120~129㎜Hg면 최소 6개월마다 검진이 필요한 '상승 혈압', 120㎜Hg 미만이면 현재와 동일하게 '정상 혈압'으로 규정했다. 고혈압 지침이 개정된 것은 14년 만이다.

이는 지난해 가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SPRINT 연구결과, 기존 치료목표인 140㎜Hg 미만보다 120㎜Hg 미만으로 낮췄을 때 심혈관계질환 합병증과 사망을 4분의 1 정도 줄었기 때문이다.

새 기준에 따라 미국 성인 중 고혈압 환자 비중은 32%에서 46%로 14%p(3,100만명) 늘어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새로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 사람 모두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혈관 질환이 우려되는 20% 정도를 제외하고는 운동과 식단 조절, 체중 감량 등 생활습관을 바꿔 혈압을 낮출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140/90㎜Hg 이상의 혈압을 고혈압 환자로 규정한 대한고혈압학회의 2013년 고혈압 가이드라인도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미국 학회가 내세운 새 기준에 해당되는 모든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새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혈압뿐만 아니라 환자의 종합적인 위험도를 평가해 조절 목표를 설정토록 권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목표혈압 이상은 무조건 약물 처방을 했지만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환자마다 위험도 상황이 다르므로 생활습관을 본인에 맞게 개선하면서 맞춤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했다.

강석민 대한고혈압학회 총무이사는 “미국이 개정한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며 “여러 역학조사나 임상시험을 통해 기준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고 했다.

약 치료 강도와 시기도 빨라져

미국심장학회와 심장병학회가 내놓은 고혈압약 치료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고혈압약 치료시작 시점의 1차 선택제로 티아지드계 이뇨제, 칼슘길항제(CC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등이 권고됐다.

2차 선택 즉 병용요법을 시작하는 시점도 바뀌었다. 미국심장학회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2단계(140/90㎜Hg), 그리고 목표혈압보다 20/10㎜Hg를 넘으면 서로 다른 기전의 2개 약(2제병용 또는 고정용량 복합제)로 치료하도록 했다. 즉, 140/90㎜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치료 강도와 시기가 빨라진 것이 이 새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편 많은 고혈압 환자가 약물치료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별다른 생활요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물과 함께 생활요법을 병행하면 약 용량과 개수를 줄이고,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면 고혈압약 1개 정도의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고혈압을 줄이기 위한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 수칙’을 마련했다. 담배 끊기, 음주 자제(하루 한 두잔),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적정 체중ㆍ허리둘레 유지, 긍정적인 마음가짐, 정기적으로 혈압측정,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 응급증상(뇌졸중ㆍ심근경색) 숙지 등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2017년 미국심장학회ㆍ심장병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

고혈압.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대한고혈압학회)
현재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대한고혈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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