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폐쇄 조치… 방역 강화
철새 통해 유입 가능성 무게
전북 고창군의 오리농가에 이어 철새 도래지인 전남 순천만에서 검출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도 전염성이 강한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진됐다. 두 지역의 거리가 100㎞에 달해 전남북 지역에 AI가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철새 도래지의 고병원성 AI는 삽시간에 주변 농가로 퍼질 수 있어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을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는 21일부터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순천만을 전격 폐쇄하고, 반경 10㎞ 이내 지역에 소독 및 예찰 등 차단 방역을 강화했다.
H5N6형은 앞서 전북 고창군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으로 확진된 유형이다. AI 바이러스는 H형 16종과 N형 9종으로 구분돼 총 144개 유형으로 조합될 수 있다. 이중 H5N6형은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 검출된 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유형의 바이러스다. 지난 5월 기준 야생조류에서 AI가 검출된 65건 중 52건이 H5N6형이었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빈발했던 H5N8형이었다.
검역당국은 상반기 맹위를 떨쳤던 H5N6형이 또 다시 철새를 통해 유입되고 퍼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창군 오리농가가 철새도래지인 동림저수지와 2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또 다른 철새도래지인 순천만에서도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고창군 농가에서 발견된 H5N6형이 동림저수지가 아니라 순천만에서 옮겨 왔을 경우 철새가 왕래하면서 다른 지역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커진다. 농식품부는 최근 동림저수지에서 야생조류 분변 등 19건을 검사했지만 AI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동 통제가 불가능한 철새가 AI를 확산시킬 경우 차단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농가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014년 1월에도 동림저수지 주변 야생조류에서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후 일주일 만에 인근 20여개 농가로 AI가 퍼져나간 바 있다. 게다가 방역당국이 고창 오리농가를 현장 조사한 결과, 축사 시설이 낡아 비닐이 찢겨지고 야생조류 분변이 축사 지붕에서 다수 발견됐다. 해당 농가는 축산계열화사업자인 참프레가 오리 사육을 맡기는 위탁농가다.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강원 지역에도 AI가 검출돼 확산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환경부 환경과학원 중간 검사 결과 강원 양양군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고병원성 여부 확인에는 3~5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강원 지역 내 취약 농가로 AI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평창군, 정선군 소재 100마리 미만의 소규모 가금 농가 250곳(3,500마리 규모)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가축을 미리 도축해 비축하거나 시장에 출하시키기로 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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