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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 “뭐? 여자가? 되묻는 작품 계속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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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연 “뭐? 여자가? 되묻는 작품 계속 찾았다”

입력
2017.11.21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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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 차지연

한 역할에 혼성 캐스팅돼

성별 모호한 비현실적 인물 맡아

“호탕함이 콤플렉스였는데

이번 작품서 멋지게 활용할 것”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찾아나가야죠." 호탕하게 웃는 차지연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데서 행복함을 느끼는 배우다. 류효진 기자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찾아나가야죠." 호탕하게 웃는 차지연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데서 행복함을 느끼는 배우다. 류효진 기자

데뷔 11년 만에 처음 맡는 캐릭터라며 “큰 일 났다”를 연발했다. 동시에 새로운 역할에 대한 설렘이 묻어났다. 무대 위를 장악하는 가창력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뮤지컬 배우 차지연(35)이 변신에 나섰다. 극작가 고선웅이 쓰고 연출가 이지나가 연출하는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초월적 존재인 월하를 연기한다. 출산 이후 무대 활동 폭을 더 넓히고 있는 차지연을 최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광화문연가’는 출산 이후 ‘마타하리’로 복귀한 그가 ‘서편제’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오르는 무대다. 그동안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마지막에 죽임을 당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주로 맡았다. 이번 역할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데다 성별조차 모호한 비현실적 인물이다. 그는 뮤지컬 배우 정성화와 함께 이 역할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지나 연출가의 아이디어였다. 한 역할을 남녀가 함께 맡는 만큼 색다른 캐릭터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그 동안은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역할은 감정선보다는 상황을 이끌어야 해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품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틈과 웃음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월하가 하거든요. 그런 막중한 책임이 있어서 부담감도 커요.”

희극 요소를 재치 있게 살리는 정성화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니 부담감도 있다. “저는 코믹함에 더 신경쓰기보다 중성적인 매력과 힘있는 모습에 더 신경을 써보려고요. 제가 답을 찾아야죠.”

평소 자신의 이미지대로 강렬하게 신의 모습을 연기하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차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시원한 이목구비, 큰 키와 긴 팔 다리, 호탕한 웃음소리에 속고 있는 것”이란다. 뮤지컬에서는 단아하고 여린 여자 역할이 많아 그는 자신의 외모가 콤플렉스로 작용해 왔다고 한다. “이지나 연출가님은 그 콤플렉스를 멋있게 활용해보자고 했죠. 그 말이 좋은 발상이라는 생각이 저도 들었어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여배우’란 예뻐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한국엔 남아있다. 차지연은 그런 편견을 깨트리고 싶어하는 배우다. “뭐 여자가?”라고 놀라 되묻는 작품을 계속해서 찾고 싶다고 했다. 예컨대 뮤지컬 ‘헤드윅’에서 여장남자를 연기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금기라고 여겨지는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앞으로 저와 같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좀 터주고 싶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욕을 먹더라도 성취감을 느끼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 남자 역할이 그래서 탐이 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남자 캐릭터 위주의 작품이 많은 게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건 현실적인 문제니까요. 뭘 해야 할 것인지라는 기로에 제가 서 있는 것 같아요.”

차지연은 2011년 MBC 노래경연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과 함께 나와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고, 2015 MBC 노래경연프로그램인 ‘복면가왕’에서 ‘여전사 캣츠걸’로 등장해 5연승을 기록하며 눈길을 모았다. 정작 본인은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방송 모니터도 제대로 못한다”고 했다. ‘방송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그는 매회마다 조금씩 완성해 가는 뮤지컬 공연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무대 위가 여전히 가장 편하기도 하다. “저처럼 천천히 완성되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모든 걸 뽑아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업 환경은 (적응하기) 어렵더라고요. 처음엔 미완성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해지는 뮤지컬 무대를 떠날 수 없는 이유예요.”

뮤지컬 배우 차지연. 류효진 기자
뮤지컬 배우 차지연. 류효진 기자

올해 무대 위에 오른 세 작품이 공교롭게도 모두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의도해서 고른 건 아니라지만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누구 못지 않다. 창작 뮤지컬 출연은 “재료부터 하나하나 내 손으로 골라 테이블보까지 정돈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2010년 ‘서편제’ 첫 공연 때 관객이 20명도 없었거든요. 7년이 지난 지금 관객들에게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인정받으니 감회가 새롭죠.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훌륭한 작품들도 많지만, 긴 시간에 걸려 인정 받는 창작 작품만큼 뿌듯한 것도 없어요.” 차지연은 복귀작인 ‘마타하리’로 올해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광화문 연가’는 가수 이문세와 콤비를 이뤘던 유명 작곡가 이영훈(1960~2008)의 곡으로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는 첫 대본 읽기 모임에서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듣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쟁쟁한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공연되는 와중에 이런 보석 같은 곡들을 직접 부르고 들을 수 있는 무대에 설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광화문연가’는 12월 15일~1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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