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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화력발전소가 H&M의 새 옷을 연료로 쓰는 이유

입력
2017.11.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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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글로벌 패션기업 H&M. H&M 홈페이지 캡쳐
스웨덴의 글로벌 패션기업 H&M. H&M 홈페이지 캡쳐

스웨덴 베스테로스시는 글로벌 의류브랜드 H&M(헤네스앤드모리츠)의 고향이다. H&M은유행을 따라 저렴한 가격의 신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선두주자이지만 알고 보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장수기업이다.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의 선두 주자답게 지난해 전세계 매출 255억달러(한화 27조7,000억원)를 기록해 스웨덴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의류업체인 H&M이 최근 에너지산업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베스테로스시가 운영하는 에너지 기업 멜라레네지(Mälarenergi)는 25일(현지시간) H&M이 생산한 새 옷을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베스테로스시가 H&M의 옷을 연료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팔리지 않은 옷 100만장 소각한 H&M

스웨덴은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유명하다. 유럽경제지역(EEA)기구 조사결과 2014년 기준 유럽연합(EU) 국가들 중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1위(51.1%)다. 지난 2015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유엔(UN)총회에 참석해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운 복지국가가 되겠다”며 2020년까지 모든 화석연료를 폐기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스테로스시의 결정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H&M이 옷을 화력발전소에 연료로 제공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H&M은 이전부터 팔리지 않은 재고 처리를 위해 옷을 소각해 왔다. 엘스 숀드 덴마크 콜딩 디자인 스쿨 교수는 H&M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60톤의 옷을 태웠다고 밝혔다. 이는 성인 남성의 바지 약 100만장과 맞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엄청난 물량의 새 옷이 소각되는 이유는 H&M의 과도한 의류 생산 때문이다. 숀드 교수는 “2000년대 이후 3개월에 한 번씩 신제품이 등장하는 패스트 패션이 각광받으면서 유행이 지나기 전에 팔리지 못한 제품들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H&M을 포함한 패션업계는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조각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9,200만톤의 섬유 쓰레기를 만들어 냈다.

결국 이번 결정은 어차피 처분할 의류들을 화력 발전에 사용해 이왕이면 생산적인 소각을하기 위한 선택이다. 요한나 달 H&M 홍보담당은 “곰팡이가 피었거나 생산 과정에 화학약품이 첨가돼 공해가 발생하는 제품을 제외한 의류를 지속적으로 베스테로스시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H&M과 제휴를 맺은 지난 3개월간 약 15톤의 의류를 화력발전에 투입했다.

사도사도 입을 옷이 없다고?

패션업계의 과잉생산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 등장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재고품을 파묻거나 태우는 과정에서 옷에 함유된 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점, 청바지를 한 벌 생산하면 1,500ℓ의 폐수가 나오는 점 등 환경문제가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H&M을 비롯한 일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지난해부터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H&M은 지난해 발표한 ‘2016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제품 전체를 재활용 및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옷들만 모은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2017’을 발표했다. 지난해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ZARA)도 재활용한 양모와 유기농 면을 사용한 ‘생명 동참(Join Life)’ 패션을 선보였다.(관련기사 ▶ 내 자라 청바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지하 1층의 평창 팝업스토어 앞에서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선착순 구매 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지하 1층의 평창 팝업스토어 앞에서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선착순 구매 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 같은 업사이클링(Upcyling), 즉 재활용은 패션계가 찾은 대안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활용이 잘 돼도 지금처럼 빠른 소비를 조장하는 패스트 패션이 계속 유행하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조사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 중 40%를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버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환경단체 더발란스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의 옷 교체주기는 최대 3년에 불과했다. 한국은 환경부에 따르면 의류폐기물 배출량이 2014년 기준 7만4,361톤이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대표주자인 의류브랜드 패션레볼루션을 창립한 영국의 디자이너 오르슬라 데 카스트로 대표는 “패션기업들이 생산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빠른 의류 소비 습관은 기업의 마케팅을 통해 조장됐다”며 “대형 패션기업들은 책임을 지고 신중한 생산ㆍ윤리적 소비라는 가치를 새로운 유행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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