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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또 북한 추정 선박… 표류 행렬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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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또 북한 추정 선박… 표류 행렬 심상찮다

입력
2017.11.28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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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구조ㆍ주검 26명 달해

대북제재 맞물려 탈출ㆍ아사 우려

27일 아키타(秋田)해상보안부가 현내 오가(男麓)시 해안에 표류해 떠내려왔다고 발표한 목조선. 북한 선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이 배의 내부에서는 8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오가<아키타>=교도 연합뉴스
27일 아키타(秋田)해상보안부가 현내 오가(男麓)시 해안에 표류해 떠내려왔다고 발표한 목조선. 북한 선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이 배의 내부에서는 8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오가<아키타>=교도 연합뉴스

일본의 동해 쪽 해안에서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선과 시신들이 하루가 멀다고 발견되고 있다. 이에 최근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가 급격히 악화돼 90년대 후반 대규모 기근이 벌어졌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상황이 북한에서 재연되면서 조악한 목선에 의지한 채 생명을 건 조업에 나섰다가 희생된 어민들이 줄줄이 일본 해안으로 표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일본 해안에서 생존자로 구조되거나 시신으로 발견된 북한인 추정 사례가 최소 26명으로 집계되면서 이같은 추론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대규모 난민 발생의 전조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김정은 정권의 수산업독려 정책에 따라 ‘죽음의 바다’로 어민들이 내몰리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아키타(秋田) 해상보안부는 전날 아키타현 오가(男麓)시 해안에 표류해 떠내려온 목선 1척 내부에서 시신 8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신 일부는 백골화돼 국적이 불분명하지만 목선이 북한배일 가능성이 크다고 방송은 전했다. 시신들이 발견된 지점은 23일 또 다른 선박이 북한 국적 추정 남성 8명과 함께 발견된 곳으로부터 7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들은 아키타현 유리혼조시(由利本莊市) 해안에서 발견된 뒤 일본 경찰에 “한 달 전 북한에서 출항해 오징어를 잡다가 배가 고장이 나 표류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달 중순 이후 아키타현, 이시카와(石川)현, 니가타(新潟)현 등 일본 서쪽 해안에서 유독 북한 선박의 표류가 잇따랐다. 15일엔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 앞에서 전복된 북한 목선을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발견해 3명을 구조한 뒤 북한으로 인도했다. 16, 17일에는 인근 해상에서 북한인 추정 시신 7구가 발견됐고, 27일엔 다시 같은 현 스즈(珠洲)시에서 국적 불명의 목선이 표류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북한으로부터 떠밀려온 목선은 지난 5년간 ▦2013년 80건 ▦2014년 65건 ▦2015년 45건 ▦2016년 66건 등으로 올해는 22일 기준 44건이 확인됐다. 이들 배는 대부분 낡은 목선이며 안에서 발견된 시신 대다수가 백골 상태여서 망망대해를 오래도록 표류한 정황이 뚜렷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잇따른 목선 표류 사태가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수산업 장려정책으로 무리한 조업이 강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최근 동해를 ‘황금의 바다’로 칭해 어민들을 ‘외화벌이 생존전투’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업권을 확보한 중국어선들이 북한 연안에서 조업하는 반면 정작 북측 어민들은 연안을 지나 동해 멀리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대북제재 강화와 함께 가뭄 영향으로 식량부족이 심해지면서 해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면도 두드러진다.

도쿄의 한 안보전문가는 “북한 어선들이 일본에 표류하는 상황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으로 아키타현과 이시카와현 쪽에 낙후된 북한 목선이 떠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발견되는 목선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동력조차 없는 배도 적지 않다”며 “수산업 독려 분위기에 성능이 열악한 어선들이 무리한 조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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