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들 ‘임팩트 투자’
사회 혁신ㆍ이미지 쇄신 ‘두 토끼’
모건스탠리ㆍ도이치뱅크 등 확산
중국서도 사회적가치투자協 창립
사회적기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털, 자산운용회사의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투자가 빈곤율과 범죄율 하락 등 공익가치를 실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락한 금융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투자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세계 전체 사회적기업 투자 규모는 지난 2010년 약 46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오는 2020년엔 3,677억달러까지 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7년 당시 앤서니 레빈 미국 비영리기금펀드(NFF) 대표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 투자를 ‘임팩트 투자’라고 처음 명명했을 때만 하더라도, 임팩트 투자는 ‘자선’이나 ‘기부’ 등의 소극적 개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투자기관들이 재무적 이익과 사회적 공익성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사회적기업은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임팩트 투자에 적극적인 대표적 글로벌 금융사이다. 골드만삭스는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소셜임팩트펀드를 설립, 지난 2012년 미국 최초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ㆍSocial Impact Bond) 사업인 ‘뉴욕 교도소 청소년 수감자 재범률 하락 사업’에 투자했다. 골드만삭스가 뉴욕시의 교정 프로그램 운영비를 댄다. 이후 재소자의 재범률 감소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 뉴욕시로부터 원금에 수익을 얹어 돌려받고, 실패하면 투자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사업에 960만달러를 투자, 사업이 지속된 2014년까지 매년 재소자 재범률이 10%씩 감소하면서 연 6~8%의 높은 수익을 올렸다. 투자수익을 뉴욕시민 세금으로 받는 것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재범률이 낮아지면서 뉴욕시는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그 10배가량 절약했다”고 설명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골드만삭스의 SIB 투자는 금융위기로 입은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골드만삭스의 임팩트 투자 성공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다른 투자기관들의 임팩트 투자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13년 ‘지속가능투자연구소’를 설립하고 90억 달러 규모의 임팩트투자펀드를 조성했고, 세계적 보험사인 AXA그룹도 빈곤퇴치를 위한 임팩트펀드를 조성하고 1억8,000만달러를 출자했다.
미국 구호기금 비영리단체인 어큐먼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임팩트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01년 설립된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케냐 등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물과 식량, 의약품 등을 싸게 생산하는 사회적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약 80개 기업에 1,000억원을 투자, 전세계적으로 4,0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어큐먼펀드도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사회적기업 투자 시 수익성 면도 꼼꼼히 따진다. 어큐먼펀드에는 미 월스트리트 출신의 금융투자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연평균 7%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사회적 경제가 발달한 유럽의 대표적 임팩트 투자 기관으론 프랑스의 ‘그룹 SOS’가 꼽힌다. 그룹 SOS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건, 주거, 교육 분야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설립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매출이 약 9,000억 원으로 직원 수만 1만2,000명에 달한다.
아직 글로벌 임팩트 투자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서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최근 미얀마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사회적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임팩트 투자도 아시아 지역에서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아시아 국가 중에선 중국에서 임팩트 투자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선 임팩트 투자를 위한 중국사회적가치투자협회(CASVI)가 창립됐다”며 중국 억만장자들이 협회에 참가해 사회적기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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